[광화문]3000원 고궁할인이란 당근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1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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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능원 무료 입장, 템플스테이 할인 등 문화체험 혜택'

코로나19(COVID-19) 재유행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겠다며 최근 발표한 이른바 '당근(유인책)' 중 일부다. 백신 접종자가 받는 혜택 중 하나인 고궁 무료입장은 접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표적인 명소인 경복궁의 경우 만 25세부터 만64세 대인의 입장료는 3000원이다. 만 65세 이상이거나 한복을 입으면 무료다. 바꿔 말하면 만 65세 이상과 한복을 입은 성인에겐 고궁 무료입장 인센티브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설령 이런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다고 해도 그 효용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템플스테이 할인은 어떨까. 상식적으로 템플스테이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백신접종에 나설 이가 얼마나 될까. 이같은 인센티브가 카드회사나 통신사가 진행하는 마케팅보다도 못 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다음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채찍이다. 감염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자는 추가 접종을 해야 외출·외박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3·4차 추가접종을 했거나 확진 이력이 있어도 접종·확진일로부터 120일(4개월)이 지났으면 2가 개량백신을 맞아야만 외출·외박을 할 수 있다. 종전에는 4차 접종을 했거나 2차 이상 접종 후 확진 이력이 있으면 외출·외박이 가능했다.



고령층과 감염취약시설 인원이 감염이 될 경우 위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이뤄진 조치지만, 채찍이 너무 특정 그룹에만 치우쳤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추가 접종 대상 중 절대다수인 건강한 성인은 제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7차 대유행이 시작됐지만 확산을 늦춰줄 몇 안 되는 대안으로 꼽히는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차수를 거듭하면서 수직 낙하고 있다. 1차 접종률은 87.9%, 2차 접종률은 87.1%였지만 3차 접종률은 65.6%, 4차 접종률은 14.7%로 내려갔다. 지난 18일 0시 기준 국내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전체 인구 대비 4.3%, 대상자 대비 5.4%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조치이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당국은 국민들이 왜 백신접종을 꺼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의 상당수는 백신의 효능을 믿지 못하고 있고,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면역항체가 형성된다는 2차 백신까지 맞았지만 누적 확진자자는 2600만명이 넘는다. 이른바 '숨은 감염자' 약 1000만명까지 합하면 이제 전 국민의 약 70%가 코로나19에 한 번 이상 감염됐다. 백신의 효능을 믿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피로도도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5%는 동절기 추가접종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주된 이유로는 이상반응에 대한 걱정이 꼽혔다. 기존 접종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경험한 이들이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에선 음모론까지 나온다. 정부가 남아도는 백신을 소진하지 못해 비난을 받을 위기에 처해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한 백신이 800만명분이 넘는다. 재고물량은 2000만명분에 가깝다. 백신 수급 정책이 잘 못돼 천문학적인 규모의 혈세가 허공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고,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안타까운 점은 백신접종을 통한 중증화 예방효과가 분명한데도 이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접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좀 더 광범위하게 파악해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백신을 접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좀 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무 효과 없는 인센티브는 정책적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대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3000원 고궁할인이란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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