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서울시와 마포구 주민 사이의 갈등은 전국 어디서든 이른바 '혐오시설' 건립이 추진될 때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폐자원으로 전기를 만드는 SRF(열병합 발전소)나 폐비닐에서 새 원료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걸러진 뒤 수증기만 배출된다고 해도 주민들 입장에선 불안하고 억울하기 마련이다. 만약 입지에 있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며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주거지 200미터 밖에 '폐기물 소각장 겸 스키장'

이곳에는 하루에 트럭 250~300대 분량의 쓰레기가 들어온다. 주로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생활쓰레기들이다. 트럭이 폐기물을 쏟아내면 전면 자동화 과정을 거쳐 열병합 발전에 투입된다.
코펜하겐 중심가가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의 양은 48㎿(메가와트)인데 코펜힐이 그 중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진다. 하루에 생산하는 열에너지는 190㎿로, 코펜하겐 전체 수요인 125㎿를 넘어선다고 한다.
코펜힐 주차장에서 스키 장비 대여점을 지나면 곧바로 스키장으로 가는 길과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유리창이 있어 옥상까지 올라가면서 코펜힐 내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내부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돼 있었다. 카페가 있는 옥상에선 열병합 발전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쓰레기 매립장 정도의 강한 악취는 없었다. 오히려 아파트단지 쓰레기장보다 덜했다.

코펜힐 외부 시설은 정오에 개장한다. 오후 4시를 넘어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키 장비 대여점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빌려 리프트에 오르기도 하고, 옥상에서 맥주를 즐기는 이들도 여럿이다.
1주일에 3번 정도 코펜힐에서 스키를 탄다는 인근 주민 잭 씨는 "오스트리아나 알프스에 가지 않고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고 스키를 탈 수 있다"며 "산이 없는 덴마크에선 스키를 타기에 환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스키 슬로프 아래 매점에서 일하는 하이디 씨는 "오늘은 60~70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나 주말엔 2~3배로 늘어난다"며 "누구나 몸만 오면 스키 장비를 빌려서 탈 수 있고, 옥상에선 재즈 페스티벌이나 개인 파티 등이 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펜힐을 운영하는 '아마게르 자원센터'(Amager Resource Center, ARC)의 수네 샤이뷔(Sune Scheibye) 홍보총괄은 "코펜힐은 어차피 발전 시설이 필요하다면 주민들과 공존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시설"이라며 "(코펜힐 건설 이전인) 1970년부터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며 꾸준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등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섭씨 1000도(℃)의 소각로 2개에서 폐기물을 태워 물을 끓인다.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구조다. 시설의 50% 이상은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중금속,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혁신 기술 설비로 채워졌다는 게 ARC 측의 설명이다. 발전소에는 배출 가스의 성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외부 굴뚝에선 수증기와 미량의 이산화탄소만 나온다.
ARC는 발전소 내부에 홍보관을 마련해 코펜힐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열량이 어디에 공급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폐기물을 태우는 열병합 발전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샤이뷔 총괄은 "우리는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는"(We emit anything)"며 "수증기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EU(유럽연합) 권고치의 1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판트는 페트나 캔 등에 대한 보증금을 부과하고 지정된 방법으로 반환 시 돌려주는 제도다. 보증금은 용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페트병 기준 독일은 개당 25센트(약 340원), 덴마크는 1.5크로네(약 275원)의 보증금이 붙는다. 우리나라가 다음달 2일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시행하는 '1회용컵 보증금제'와 비슷한 구조다.
◇어디든 가져가면 보증금 반환 가능…판트 성공요인 살펴보니

소비자는 기기에서 보증금 영수증을 출력해 계산대로 가져가면 현금처럼 쓰거나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별다른 등록 절차가 필요없어 여행을 온 외국인이라도 보증금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자동 수거기가 없는 사업장에선 곧바로 계산대의 점원에게 페트병을 반환할 수 있다. 라벨을 훼손한 페트병은 기계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현금 교환이 쉬운 탓에 이들 나라에서는 길가나 역 쓰레기 통에 버려진 페트병을 주워모으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한 교민은 "독일은 2005년 판트를 도입했는데 이듬해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경기장을 청소한 노동자가 판트 보증금으로만 3000유로를 벌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라며 "이제 독일에서는 페트병을 모아 판트 보증금을 받아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트병만큼은 재활용률이 약 95%에 달한다. 전체 폐기물 재활용률의 7배, 덴마크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 31%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EPA의 토마스 베스터가드(Thomas Vestergaard) 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페트병에 대한 매우 효율적인 보증금 반환 시스템을 운영하는 덕분"이라고 말했다.
◇재활용률 제고를 통한 순환경제 해법은? 누구든 쉽게 버릴 수 있게

이에 덴마크 정부는 지난해 7월 순환경제 조성 액션 플랜(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현재의 80%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덴마크 순환경제 이행계획에도 폐기물 분리배출의 편의성을 고려한 정책이 포함됐다.
덴마크의 환경문제 분야 NGO(비정부기구) '스테이트 오브 그린'(State of Green)의 미에 존슨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라스틱을 태우는 것은 탄소중립이나 순환경제의 목적과 맞지 않기 때문에 2030년까지 80%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라며 "플라스틱 정책의 하나로 덴마크 전국의 분리수거 기준을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 오브 그린에 따르면 덴마크는 올해부터 아파트 등 주거지역과 공공건물 등에 10가지 분리배출을 위한 수거함을 마련하도록 했다. △음식물 △금속 △유리 △플라스틱 △종이 △헌옷 △우유팩 △유해 폐기물 △포장박스 △일반 폐기물 등 10가지 분리배출 항목을 지정하고 시민들이 알기 쉽도록 통일된 픽토그램(그림을 이용한 기호)을 표시했다. 분리배출 항목이 늘어났지만 폐기물 구분이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수거함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존슨 매니저는 "덴마크 사람들은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때 페트인지 아닌지 구분할 필요없이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며 "지방자치단체 별로 달랐던 수거방식을 통일했다"고 말했다.
EPA의 베스터가드 국장도 "10가지 분리배출 제도 도입으로 다소 불편해지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시민들에게 플라스틱 등 재활용 필요성을 설득하는 효과도 있다"며 "플라스틱을 오염물질에서 분리하고 국가 단위 통계센터에서 폐기물 데이터를 수집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