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이커는 메종키츠네를 발굴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메종키츠네는 비이커를 통해 수입, 판매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단독으로 공식 유통계약을 맺었다. 메종키츠네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해 백화점 등에 국내 매장이 18곳 있다. 비이커에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는 이외에도 가니, 스튜디오 니콜슨, 노만 코펜하겐 등이 있다. 일본 브랜드인 오라리도 신세계강남점에서 세계 최초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비이커가 운영하는 브랜드만 230~270개에 달한다. 수입 브랜드가 150~170개, 국내 브랜드가 40~50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40~50개다. 상품 종류를 뜻하는 스큐는 4500~5000개다. 수시로 브랜드들을 추가하고 방출하기 때문에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입 브랜드에 힘 입어 비이커 올 1~10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가 늘었다.
비이커는 편집숍과 전체적인 컨셉트가 맞는 브랜드를 우선 수입한 뒤, 2~6년 동안 브랜드의 성장세를 보고 단독 매장 유통을 위한 준비를 한다. 보통 해외 브랜드와의 유통 계약은 수의로 맺어지기 때문에 MD들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송태근 비이커 팀장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국내에서 해외 브랜드를 성공시킨 경험 등이 중요하다"며 "편집숍은 국내외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모두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섬도 내년 상반기에 수입의류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젊은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 편집숍 브랜드 '엑시츠(XYTZ)'를 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분더샵'을 운영 중이지만, 엑시츠는 보다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다루는 게 목적이다.
대형사 뿐만이 아니다. 신사복 '킨록앤더슨' 등을 전개하는 원풍물산은 2020년 디오퍼짓사이트를, 베스띠벨리, 지이크 등을 갖고 있는 신원은 지난해 남성복 편집숍 '포텐셜'과 '더 에스(THE S)'를 동시 론칭했다. 하지만 이들 편집숍은 자사 브랜드와 함께 메종키츠네, 아워레가시 등 인기 브랜드를 병행수입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편집숍 본연의 역할보다는 미끼 상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량의 상품을 다뤄야 하는 편집숍의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운영의 지속성도 문제다. 실제로 AK플라자는 2011년 패션 편집숍 '쿤'을 인수했지만 경영 상의 이유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면세점부터 대형마트까지 "신명품 싸게 팔아요"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지난 9월 명품 전문관인 '온앤더럭셔리'를 개관했다.SSG닷컴도 지난 7월 'SSG럭셔리'를 신설하고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명품 전문관에서는 브랜드 공식 판매 외에 플랫폼의 직매입 상품, 외부 셀러의 병행 수입 상품 등이 판매된다. 양사 모두 명품 전문관을 통해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한다. CJ온스타일의 경우 올 들어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200억원을 전략 투자하고 지난 9월 머스트잇과 함께 하는 명품 전문 라이브방송도 시도했다.
면세점도 병행수입 상품을 늘리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신라부티크'에서 메종키츠네, 가니, 톰브라운 등을 직매입해 판매한다. 신라면세점은 상세 정보를 통해 "병행수입 상품으로 신라면세점이 직매입했다"며 "신라면세점에서 정식 수입업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수입한 정품"이고 설명한다.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모두 병행수입 제품을 다루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해 병행수입 상품을 늘리고 있다"며 "실제 주요 고객층도 MZ세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품을 확신할 수 있느냐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같은 기존 명품과 달리 신명품은 브랜드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의류는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라 공장별, 개체별 특성이 크다. 병행수입업체의 물건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병행수입업체의 업력을 믿고 가품 시 배상을 내건다.
병행수입 업체가 플랫폼에 입점하는 경우 소비자를 위한 상품정보 고시 의무도 모두 판매자 몫이다. 상품정보는 제조국, 제조사, A/S책임자, 판매사 등을 적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론 판매자가 병행수입 여부를 기재하거나 플랫폼이 이를 감독해야 할 의무는 없다. 상품정보의 판매자란에 병행수입업체의 이름이 적히긴 하지만 패션 유통 구조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아닌 이상 그 기업이 공식 유통사인지 아닌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롯데온은 "병행수입 업체들의 판매 페이지를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지켜야할 사안들을 안내하고 모니터링 한다"며 "셀러지원팀도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SSG닷컴도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안내와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쟁 발생 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패션 플랫폼사들도 정품과 공식 유통을 강조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전략적으로 배제하는 곳과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병행수입을 판매하는 곳으로 나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S.I.빌리지, 한섬이 운영하는 H패션몰 등은 병행수입을 판매하지 않는다. S.I빌리지에서는 타사가 독점 판매하는 브랜드도 유통하지만 타사와 공식 계약을 맺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SF샵, LF의 LF몰, 코오롱FnC의 코오롱몰에서는 병행수입업체를 입점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