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싫지만…당신이 바쁜 진짜 이유[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1.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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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사진=pixabay


많은 사람들이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현대사회가 워낙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사람들의 삶도 바빠진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전문가인 도리 클락은 TED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회의가 많아서, 업무가 많아서, 약속이 많아서 등 외부적인 이유를 든다고 한다. 하지만 클락은 이런 이유들은 바쁜 상태를 드러내는 현상일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일정을 빡빡하게 만드는 선택을 한다며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바쁠 때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실제로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한 연구 결과 사람들은 일이 많고 바쁘면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클락은 "우리가 '정신없이 바빠'라고 말할 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해석은 '나는 너무 중요해. 나는 인기가 많아. 나는 정말 필요한 사람이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좀 한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 느낌을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둘째는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의 두뇌는 모호한 것을 싫어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사람들은 바쁜 것이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준다고 믿는다.

클락은 "때로 우리는 과제를 부여받거나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하는데 전술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며 이 때 사람들은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보다 기존 방식대로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매출액을 30% 늘리라는 지시를 받으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고객들을 찾아 다니며 제품을 파는 식이다. 회사의 요구대로 매출액을 30% 늘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일단 열심히 일하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자녀를 키울 때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자녀의 일정을 빽빽히 채워 학원에 보내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식이다.

클락은 열심히 하기 전에 먼저 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가, 이렇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등을 물어보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회피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을 잊는 방편으로 바쁜 것을 선택한다.

클락은 2013년에 사랑을 쏟으며 키우던 고양이를 잃었다. 그 후 2년간 집에 가도 더 이상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최대한 잊으려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다고 한다.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일이나 약속을 만들어 집에 늦게 들어간다. 바쁘다는 것이 삶의 고통이나 문제를 잠시 잊게 만드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직면하고 문제를 직시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바쁘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바쁘면 마음이 분주해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바쁘면 몸이 피곤해져 건강을 상할 수 있다.

바쁘면 시간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이 어긋날 때 짜증을 내게 된다. 무엇보다도 바쁘다는 것은 사람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주도하는 삶이 아니라 일에 끌려 다니는 삶을 산다는 뜻이다.

내가 왜 그렇게 바쁜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일과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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