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크롤링의 법률적 쟁점 중 하나는 '정보통신망 침해'가 성립하는지 여부다. 이는 곧 타인의 웹사이트나 앱에 크롤링 목적으로 접속·접근하는 행위를 '정당한 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서비스제공자가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보호조치나 이용약관 등 객관적 사정들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롤링을 시도하는 입장이라면 서비스제공자가 이같이 보호장치를 삽입해 객관적으로 크롤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상당한 부분'인지 여부는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하고, 양적인 경우 DB의 전체 규모와 비교해야 하며 질적인 경우 제작자가 DB 제작·갱신·검증·보충에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리하면 크롤링을 시도하기 전에는 DB의 규모나 DB 제작자가 들인 투자 등을 고려해서 DB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숙박정보앱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지난 8월 2심에서 여기어때가 1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낸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야놀자의 동시간대 전국 숙박업소 정보를 여기어때가 실시간 전송받아 복제한 뒤 영업에 활용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에 규정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크롤링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현재도 매우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돼 있다. 산업 현장에선 과거 판례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업에 크롤링을 활용하려고 한다면 불법 데이터 수집으로 비치지 않도록 실행 이전에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