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기술 협력하자고 찾아오는데...우리도 준비돼 있어야"

머니투데이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정진우 기자, 정리=조규희 기자 2022.11.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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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얼마 전 스페인에서 우리와 기술협력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다. 공동 투자 형식으로 하는 것인데, 스페인이 예산 확보가 돼 있어도 우리가 예산이 없다면 좋은 기회가 날아간다. 국제기술협력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 있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만난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국제기술협력은 향후 해외 수요 확보, 첨단산업 공급망 선점 뿐만 아니라 국제표준 및 인증 측면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첫 KIAT 원장이자 초대 여성 KIAT 원장인 그는 공동 R&D(연구·개발) 등 국제기술협력을 통해 '산업 대전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모방 등을 통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식 산업 구조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는 건 우리나라의 국가적 과제다. 최근 기술 분야에서 달라진 국가적 위상에 따라 해외 각국에서 우리나라와의 공동 R&D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게 기술 선도 국가로 올라서고, 산업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첩경이다.



민 원장은 "그동안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 제조 기술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져 국제기술협력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특히 수요연계형 공동R&D는 BMW, 에어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으로 최근 3개년 경쟁률이 6.8대 1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요를 자랑한다"고 전했다.

민 원장은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해 다양한 연령과 여성 등을 포함하는 조화로운 인력 구조 확립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제빵공장 사망사고' 등과 같은 안전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음은 민 원장과의 일문일답


-KIAT 원장으로서 추진하고 싶은 핵심사업이 있다면
▶취임 후 2개월 동안 KIAT의 업무 파악을 우선순위로 두고 활동했다. 취임 후 한달 만에 국회 국정감사를 잘 받았고, 여러 행사에 참석하면서 업무에 대한 부분을 다시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다.

원장으로 왔다고 해서 그동안 해왔던 것을 바꾸거나, 반드시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잘 되고 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가 바뀐 만큼 정부의 정책기조와 방향을 잘 맞출 필요가 있겠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부분도 있고 국내 경제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고 국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필요한 부분들, 예를 들어 자금, 인력, 규제와 관련된 부분에 신경 쓰려고 한다. 추가적으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한 부분도 있지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이야기도 나오고 공급망 관련해서도 중요한 현안들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황에 잘 대응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소부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KIAT가 운영하는 소부장융합혁신지원단이 있다. 36개 공공연구기관 협의체로 구성돼 있는데,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 제고를 위한 연구기관 간 협업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이 어떤 기술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면 기관 간에 복합적으로 협의해 지원하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수요· 공급 기업을 연계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소부장 관련 예산이 320억원으로 관련 과제는 99개다. 다방면에서 소부장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독 소부장기술협력센터를 통해서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제협력을 통한 공동 R&D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기술을 가져와 사업화를 하거나 연구·개발을 해서 발전한 수혜자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의 달라진 글로벌 기술 위상에 걸맞게 국제공동R&D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투자를 확대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KIAT는 R&D 관련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스페인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우리와 적극적인 기술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략적 국제협력 사업 등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기술협력 분야에서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우리 정부는 그간 협력국들의 신뢰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범유럽권 다자R&D 플랫폼인 유레카(EUREKA)의 정회원국으로 승격됐다. 유레카는 시장지향적 산업기술개발 공동체 조성을 위해 1985년 독일, 프랑스 주도로 설립된 세계 최대 R&D 네트워크다. 양자 협력국도 크게 늘었다. 2001년 1개국이었던 양자 협력국이 올해에는 이스라엘, 중국, 프랑스, 독일 등 14개국으로 늘었다. 또 우리나라가 올해 정회원국으로 승격했다.

- 산업 기술·구조 혁신도 KIAT의 중요한 역할인데
▶4차 산업혁명과 산업 대전환이 현재의 화두다. 산업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하는 부분이 산업구조 혁신이다. 디지털전환 등을 통해 산업의 구조를 변화하는 것이 결국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기업활력특별법에 따라 기업이 선제적으로 자발적 사업 재편을 추진하면 각종 인센티브와 자금을 지원한다. KIAT는 재편 기업을 대상으로 핵심기술 개발이나 사업전략 이행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실무자 역량강화 교육과 함께 '규제 혁신 3종 세트라'고 해서 신속확인, 규제특례, 임시허가 등도 지원하고 있다.

-산업 기술·구조 혁신과 관련해 관심있게 보는 분야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반도체, 소부장, 친환경자동차 전환, 바이오, 헬스 관련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통한 '안전' 강화에 관심이 있다. 최근 이태원 참사도 있었고, 계속해서 열차 탈선 사고 등도 발생하는데 기술 자체 뿐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관계, 인간이 기계를 상대로 보이는 행동 등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함께 연구해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로 안전을 확보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지진이 나면 후속 재난으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데, 일본 도쿄에서는 지진 후 화재가 발생했을 때 풍향을 예측해 바람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의 경우 발전소의 예를 들자면 발전소 내 안전 수준 진단에 기술을 활용할 때 보통은 발전기기의 성능이나 수명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 이 때 기계가 안전한지 여부만 분석할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 패턴도 분석해 안전에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사회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찾아낸다. 사람의 행동과 기계 운영에 대한 접근법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의 행동에 대한 연구도 많고 결과물도 있는데 그런 데이터가 축적이 안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KIAT에서 관련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성능 시험등의 결과물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면 안전 부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산업 대전환을 위해 인력구조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가
▶여성의 역할 강화, 지위 향상 등 일방적으로 여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여성의 비율을 확대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스웨덴 자동차기업인 볼보의 경우 차량용 유아카시트 장착 모델 등을 선보이면서 여성이 선호할 만한 제품 변경을 통해 판매 실적이 좋아졌다. 해외 각국에서 기업들이 여성 인력을 채용하고, 경력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사내 복지를 강화하는 등 여성을 위한 복지 설계 등을 강화한 뒤 회사 매출이 증가했다는 다수의 사례가 확인된다.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양성 제고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여성의 조화로운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프로필]
△1959년 출생 △이화여대 물리학, 이화여대 고체물리학 석사 △일본 큐우슈우대 핵물리학 박사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자원관리단장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19대 국회의원 △이화여대 기초과학연구소 초빙교수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울산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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