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가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도루왕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KBO리그 도루왕 박찬호(27·KIA 타이거즈)가 더 이상 도루에 힘을 쏟고 싶지 않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박찬호는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도루왕을 수상했다. 2019년 39도루로 개인 첫 타이틀을 따낸 이후 3년 만이었다.
진심이 담긴 수상소감이었다. 시상식 후 만난 박찬호는 "개인 타이틀이란 도루왕을 수상한 2019년이 정말 내 인생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도루왕 타이틀을 위해 그렇게 몸을 날리고 싶지 않았고 도루 개수가 역전이 되기 전까지는 의식하지도 않았다. 그저 예년보다 출루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도루 시도도 많아지고 감독님이 그린 라이트로 편하게 해주신 결과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 시즌 박찬호는 도루뿐 아니라 타격 면에서 130경기 타율 0.272, 출루율 0.344, 장타율 0.341로 모든 부분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개인 최다 안타(134개), 볼넷(57개)을 얻어내면서 많은 출루가 이뤄졌고, 9월초 부상으로 이탈해 34개에 그친 김혜성(23·키움 히어로즈)을 제치고 41도루로 도루왕을 수상했다.
상무 최원준이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도루왕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 시각 인기 뉴스
박찬호는 "클러치 상황에서 실책은 원래 잦았다. 시즌 후반부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순간에 나오다 보니 그렇게 기억된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라 생각해서 조금씩 고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원준(25)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깔끔하게 포기했을 뿐이다. 지난해 40도루로 김혜성(46도루)과 도루왕 경쟁을 했던 최원준은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다. 박찬호는 "내년에는 (최)원준이가 도루왕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남한테 주는 것보단 우리 팀에게 주는 것이 낫다"면서 "도루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난 딱 30개만 하려 한다"고 웃었다.
수상소감에서 올해 자신에게 70점을 준 그는 김종국(49) KIA 감독이 예고한 무한경쟁에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찬호는 "감독님이 얼마 전에 무한경쟁을 이야기하셨던데 감독님 말씀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올해는 타석에서 일관성 있게 접근법을 가져가면서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나만의 타격이 어느 정도 정립된 것 같다"면서 "난 매년 올해보다 나은 시즌을 꿈꾼다. 내년에도 올해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고 향상심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