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올드보이’는 한국영화계에서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외국 영화를 즐겨 보던 전세계 영화 팬에게도 중요한 영화였다. 그때 한국 영화를 접한 이들이 훗날 영어권 영화계에서 영화를 만들고, 제작하고, 배급하고, 글을 쓰는 인사들이 되었다. ‘박찬욱’이란 이름은 외국 영화의 신세기를 열었던 상징적인 이름이고 신작이 나올 때마다 굉장한 주목을 받는다.
'헤어질 결심', 미국 개봉 포스터
개봉 시기에는 ‘원초적 본능’같은 로맨틱 스릴러인지, ‘나이브스 아웃’같은 살인 추리극인지 장르 판별에 혼란이 있었지만, 봉준호 감독이 봉준호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박찬욱 감독도 비슷하게 이해되고 있다. 또한 모든 미디어에서 ‘기생충’ 개봉 당시 봉준호 감독을 ‘준호 봉’이 아니라 ‘봉준호’라 발음했던 것처럼, 박찬욱 감독을 ‘박찬욱’으로 한 어절처럼 발음하고 있는 풍경도 새삼 재미있다. 작년 오스카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쿠치 류스케 감독을 여전히 ‘류스케 하마구치’라 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한국 영화인만 한국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집착이 꽤 흥미롭다.(‘아가싸’ 개봉 때만 해도 ‘챈욱 팍’으로 불렸다)
사진출처=로튼토마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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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관에서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팬들의 부지런한 입소문에 힘입어 11월 첫째 주 기준으로 160개 관에서 상영 중이고 수익은 120만 달러를 넘겼다. 파죽지세로 상영관을 확대했던 ‘기생충’ 개봉 때에 비하면 폭발력은 적지만 올해의 영화로 손꼽는 데 누구도 주저함이 없다. ‘헤어질 결심’은 내년 90회를 맞이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영화상 출품작이며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지켜본 이들은 한국의 대표 감독을 ‘마침내’ 오스카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염원한다. 현재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플레이리스트’ ‘인디와이어’ ‘골드 더비’ 등의 오스카 레이스 기사를 꾸준히 내보내는 주요 미디어에서 ‘헤어질 결심’은 선두 주자 그룹으로 언급된다.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의 경우 12월 21일에 15편의 예비 리스트가 발표되고 이 중에서 다시 투표를 거쳐 본선 후보작 5편을 뽑는다.
국제영화상 관련해 다른 선두 영화는 벨기에의 ‘클로즈’, 프랑스의 ‘세인트 오메르’, 아르헨티나의 ‘아르헨티나, 1985’, 덴마크의 ‘홀리 스파이더’, 오스트리아의 ‘코르사주’, 스페인의 ‘알카라스’, 멕시코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 연대기’, 폴란드의 ‘EO’ 등이다. 그리고 현재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다크 호스로 떠오르는 독일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있다. 박찬욱 감독 못지 않은 팬층을 거느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 연대기’가 넷플릭스 공개를 기점으로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현재 ‘헤어질 결심’만큼 미디어에서 말이 많이 오가는 출품작은 드물다. 이 열기가 잘 유지된다면 연말 비평가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금세기 최초의 위대한 에로틱 스릴러 영화”(더 애틀란틱), “독창적인 영화 효과는 눈부시고 아찔하다”(뉴욕 타임즈), “올해 최고 로맨틱 영화”(인디와이어) 등 찬사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물론 상을 놓친다고 해서 ‘헤어질 결심’의 가치가 빛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