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동학개미의 탄식…버핏은 왜 TSMC에 베팅했나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2022.11.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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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갈등 속 리스크 아닌 기술우위 잡기 위한 투자분야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블룸버그


"버핏이 TSMC가 아닌 삼성전자를 샀더라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처음으로 대만의 TSMC를 담았다는 소식에 우리나라 개미(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런 볼멘소리가 나온다. 왜 버핏은 삼성전자가 아닌 TSMC를 사들였을까.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주식을 41억달러(한화 약 5조4000억원)규모로 사들였다는 소식에 TSMC 주가가 크게 올랐다. 15일(현지시간) TSMC ADR(미국 예탁 증권)는 전장 대비 7.66달러(10.52%) 상승한 8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14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3분기 말 투자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TSMC ADR를 6000만주 이상 보유 중이다. 이로써 TSMC는 버크셔가 10번째로 많은 금액을 투자한 종목이 됐다. TSMC 전체 지분 중에선 1.2% 수준이다.

그간 빅테크 투자에 신중한 편으로 알려졌던 버핏이 TSMC를 매수하자 세계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도 자연스레 거론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크 종목보다는 소비재, 인프라 등을 선호하는 버핏이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며 "이전에 불확실성이 컸던 반도체 섹터가 안정을 찾으면서 펀더멘털이 중요한 유력 산업이 돼 투자자 입장에선 반도체 전체 밸류에이션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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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인투자자들은 버핏이 삼성전자가 아닌 TSMC를 택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버핏이 현시점에서 TSMC 투자를 감행한 것은 최근의 미·중 기술패권 다툼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8월 미국은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동맹국에게 미국에 투자하도록 회유하는 방식으로 대(對)중국 견제 방법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며 "그 중심에 비메모리 반도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해자'(垓子, moat)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진입 장벽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버핏에게는 TSMC가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하 연구원은 "지금까지 반도체 산업, 특히 비메모리가 '미·중 갈등 속 제재에 따른 리스크 분야'였다면 앞으로는 '미·중 갈등 속 기술 우위를 위한 투자 분야'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 동학개미의 탄식…버핏은 왜 TSMC에 베팅했나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1위 지위를 유지 중이나 파운드리로는 선두 주자 TSMC와 여전히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게다가 주력인 메모리 업황 우려에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넘게 줄었고 당분간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그나마 주가는 지난 9월 말 5만18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 11일 6만3200원까지 20% 넘게 올랐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압도적 순매수세(1조1800억원)를 보이며 삼성전자를 국내 종목 가운데 많이 사들인 덕이다.

이 센터장은 "버핏의 TSMC 매수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반도체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냉정하게 본다면 파운드리 업종에 한정된 이야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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