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조' 네옴 보따리 들고 온 VVIP…제2 중동붐 위해 총수도 뛴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배한님 기자, 홍순빈 기자 2022.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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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네옴시티' 들고 온 사우디 왕자(下)

편집자주 사막 한가운데 170km의 수직 직선도시를 건설하고 바다엔 팔각형 모양의 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누구는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지만 전세계 기업들은 67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에 참여하기 위해 뛰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네옴 프로젝트를 짚어본다.

"670조 네옴 보따리"…이재용·최태원·정의선·김동관 등 총수가 뛴다
④삼성 SK 현대차 한화 등 그룹 총수들 직접 세일즈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블룸버그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블룸버그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달 17일 방한을 앞두고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NEO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시티, 친환경 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거대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회동에서 가시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17일 오전 2시 전후에 입국해 같은 날 오후 7시께 출국할 예정이다. 짧은 방한 일정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과 티타임을 겸한 간담회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번 방한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회 변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첨단 미래 신도시로, 서울 면적의 44배인 2만6500㎢의 부지에 지어진다.



이재용 삼성회장이 지난 2019년 9월 삼성물산이 건설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회장이 지난 2019년 9월 삼성물산이 건설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핵심 주거 단지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기업들은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건설은 물론 정보기술(IT) 인프라, 모빌리티 시스템 등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더 라인 지하에 고속·화물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번 방한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공지능(AI), 5G(5세대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전기·수소차, 로봇, 자율주행 등 스마트시티 관련 협력 방안이 회동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과는 신재생에너지 활용 분야 협력 방안이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에 맞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정부와 민간기업 22개 사로 구성된 '원팀 코리아' 수주 지원단을 꾸려 사우디 현지로 날아가 우리 기업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로드쇼를 개최했다. 로드쇼엔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사 11곳을 비롯해 △네이버, KT 등 IT기업 4곳△모라이, 토르드라이브 등 모빌리티 업체 2곳 △포테닛 등 스마트시티 업체 3곳△포미트, 엔씽 등 스마트팜 업체 2곳이 참여했다.

이외에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이 인용한 사우디 국가 재생에너지 프로그램(NREP) 목표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3년까지 태양광,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7.3GW 갖추고 이를 2030년 58.7GW까지 두 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홀딩스·삼성물산·한국전력·한국남부공사·한국석유공사 등과 사우디국부펀드는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네옴시티에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외에도 방산·원전 수출 등의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우디 프로젝트들이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사우디와의 협력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만큼 이번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옴을 잡아라…미래도시 구축 향해 뛰는 IT 기업들
⑤네이버·KT 등 국내 대표 IT 기업 사우디 로드쇼 참여

네이버 신사옥 1784 조감도. /사진=네이버네이버 신사옥 1784 조감도. /사진=네이버
국내 IT기업들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도시 건설에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IT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이미 국토교통부가 꾸린 네옴시티 수주지원단 '원팀코리아'에는 KT (34,500원 ▲400 +1.17%), 네이버(NAVER (181,500원 ▼1,200 -0.66%)) 등 국내 대표 IT기업들 이름 올렸다. 이들은 IT 기술로 땅속에서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네이버는 로봇친화형 건물 1784에서 테스트한 스마트시티·스마트빌딩 기술을 네옴시티에 적용한다는 포부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완공한 제2사옥 '1784'에 적용된 핵심 기술 ARC(AI·로봇·클라우드)와 5G 클라우드 기술을 묶은 '5G 특화망 패키지'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대표(사내이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로봇·인공지능(AI) 사업 주축인 네이버클라우드와 네이버랩스 등의 주요 실무자·기술진이 '팀 네이버'를 꾸려 최근 사우디를 방문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구체적인 계약은 현재로서 전망이 어렵다"면서도 "이번 사우디 방문은 로봇·클라우드·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 등 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 구축과 관련해 네이버가 갖고 있는 최첨단 ICT 기술력을 글로벌 주요 파트너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전환 중인 KT도 디지털 전환(DX) 역량을 사우디에 전할 계획이다. 문성욱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 글로벌 사업실장 등 임원진이 사우디를 다녀왔다. KT는 구리·청라 스마트시티 사업 등 총 7건의 스마트시티 사업 실적을 갖고 있다. 2019년에는 사우디 국영 이동통신사인 STC 그룹과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사업 분야 공동 개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맺은 바 있다.

KT 관계자는 "KT의 글로벌 ICT 역량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스마트시티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사우디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원팀코리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IT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원팀코리아에서 사우디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서울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 드론으로 건설 현장 시공 및 안전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엔젤스윙', 2020년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IoT 스마트팜 기업 '엔씽' 등이 사우디 고위 관계자 및 현지 기업과 면담했다.

토르드라이브는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지향하는 네옴시티 내에 자율주행 차량이나 도로환경이 최적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엔젤스윙은 170km에 달하는 대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서 드론을 이용해 안전한 스마트건설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엔씽은 네옴시티 내 식량 자급자족을 가능하도록 돕는 스마트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달 만에 220% 올랐다고?"…네옴시티株에 올라타는 개미들
⑥증권가에도 '네옴' 열풍..변동성 커져 옥석 가려야

'670조' 네옴 보따리 들고 온 VVIP…제2 중동붐 위해 총수도 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앞두고 네옴시티 관련주(株)들이 꿈틀대고 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가 상승하고 악재가 나오면 급락하길 반복한다.

증권가에선 네옴시티 수주전이 치열해질수록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실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을 잘 선별해 투자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네옴시티 관련주론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건설주들이 우선 꼽힌다. 2015년부터 해외 수주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건설주들에겐 네옴시티 수주전이 '단비'가 될 것이라고 증권가는 예상한다.

메리츠증권은 국내 건설사들이 향후 10년 간 네옴시티와 관련된 유의미한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더 높은 건설사들의 이익 개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네옴시티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더라인의 터널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34,600원 ▼200 -0.57%)의 경우 주택시장의 불황으로 주가가 부침이 있었으나 내년부터 네옴시티 투자가 본격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수주와 그에 따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빈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설립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은 16일 거래일 보다 1500원(1.22%) 오른 12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옴시티의 더라인 프로젝트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한 한미글로벌은 지난 7월1일 1만1500원에서 현재 4만1550원까지 상승했다. 3개월 반만에 약 220% 상승하기도 했다.

'670조' 네옴 보따리 들고 온 VVIP…제2 중동붐 위해 총수도 뛴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옴시티 소식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건설, 항만, 시멘트 관련 기업들이 네옴시티 관련주들로 묶이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했다. 네옴시티 수주 기대감으로 오르던 관련주들이 지난달 중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네옴시티 관련주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에겐 종목별 옥석가리기는 '필수'라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된 수주를 따낸 곳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한미글로벌 3곳 뿐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뉴스 흐름에 따라 관련 주식들의 급등락이 반복되는 단기변동성은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회적인 테마로 치부하기보다는 중장기 트렌드로서 실질적인 수혜주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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