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맥주·버터맥주 판매늘어도..' 수제맥주 1,2위의 고난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2.11.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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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커지고 편의점 매출도 급증했지만… 업계 1·2위 매출 감소, 제주맥주는 영업적자 지속

'곰표맥주·버터맥주 판매늘어도..' 수제맥주 1,2위의 고난


수제맥주 시장 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점유율 1, 2위인 제주맥주, 세븐브로이는 매출 감소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체가 늘어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형사들이 수제맥주 OEM(위탁 생산)에 뛰어들면서다. 친숙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만 반복되는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이 커지면서 제품별로 판매 부침도 심해졌다. 업체별로 차별화를 갖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란 분석이다.

20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원에서 2017년 433억원, 2019년 800억원, 2020년 1180억원, 지난해 152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수제맥주 판매처인 편의점의 수제맥주 매출이 늘고 유흥시장의 활성화로 펍 등에서의 수제맥주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 등을 판매하는 BGF리테일의 CU편의점의 올해 1~10월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했다. 더쎄를라잇브루잉의 '유동 골뱅이맥주' 등을 파는 세븐일레븐도 지난 15일까지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늘어났다. 편의점 GS25에서도 1~10월 수제맥주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33% 많아졌다. 편의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면서 수제맥주가 전성시대를 맞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다양한 콘셉트의 맛과 향을 가진 이색 협업 수제맥주 상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수제맥주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업체별 실적은 이와 반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기준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 내 브랜드 판매량 상위 10위와 11위에 오른 제주 위트 에일(점유율 1.7%)과 곰표 밀맥주(점유율 1.3%) 제조사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의 최근 매출이 각각 감소세다.



제주맥주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7% 줄고 영업적자는 71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븐브로이는 지난 2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늘었지만 2분기 매출만 보면 88억원으로 41.6% 급감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74.9% 줄어들었다. 수제맥주업계 점유율 1위를 다투는 두 곳의 실적이 악화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가 수제맥주 OEM에 들어가고 다른 수제맥주 업체들이 새롭게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기존에 점유율이 높던 수제맥주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사진= 뉴시스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수제 맥주가 진열돼 있다./사진= 뉴시스
제주맥주는 문혁기 대표가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이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거시경제가 안 좋고 원가 부담도 커져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가정채널 비중을 많이 늘렸는데 엔데믹으로 재고가 원활하게 소진되지 않았다"며 "향후 2~3년 정도는 맥주시장이 조정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복궁 에일' '구매호 맥주'로 유명한 카브루도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카브루 관계자는 "가정채널 시장에서 올해만 60여종에 가까운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과열돼 제품 판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유흥시장과 가정채널에서 올해 예상했던 판매 목표에 크게 미달해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나 전략적인 수출 진행과 지난해 완공된 제 4브루어리 생산량 확대 등으로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름만 바꿔 나오는 협업 수제맥주 상품 등에 소비자가 식상함을 느낀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곰표, 말표 등 친숙한 브랜드를 활용해 나온 수제맥주 상품들이 소비자 흥미를 유발하면서 트렌드가 이어졌는데 이제는 제품별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에 어필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제는 유통 다변화와 함께 업체들이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차별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탄탄한 수제맥주 시장 조성을 위해 소규모 수제맥주사의 경우 정부가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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