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로 프로포폴 6번 맞은 의사…'마약 빅데이터' 분석해 잡는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11.15 15:39
글자크기
'셀프'로 프로포폴 6번 맞은 의사…'마약 빅데이터' 분석해 잡는다


#의사 A씨는 2019년부터 2년간 프로포폴을 모두 여섯차례 '셀프'로 본인에게 투약했다. 편두통 증상 완화가 목적이었다. 다른 의사 B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마약성 진통제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 등을 3회에 걸쳐 셀프 처방하고 진료기록부는 작성하지 않았다.

'의사가 의사에게' 의료용 마약을 셀프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0만건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집중 점검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의사가 본인에게 과다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 35개소에 대해 오는 23일까지 경찰청, 심평원과 합동으로 기획점검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주요 점검 내용은 △의료용 마약류에 대해 의사가 본인 또는 환자에게 과다하게 처방하는 등 업무 목적 외 마약류 취급 △마약류 보관 등 적정 관리 여부 등이다. 점검 결과, 의료기관 등의 의료용 마약류 부적정 취급·관리 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관할 기관에 수사 또는 행정처분 등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합동 단속에 나서는 배경은 의사 셀프 처방 의심 건수가 집중 단속에 나서야 할 만큼 불어난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된 의료용 마약류 조제·투약 보고 중에서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이름·출생 연도가 동일하게 보고된 사례가 201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년 1개월간 10만5601건이고 처방량은 355만9513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처방건수는 △2018년 5~12월 1만4167건 △2019년 2만5439건 △2020년 2만6141건 △2021년 2만6179건이었고 올해도 6월까지 1만3675건이었다. 같은 기간 처방량은 △2018년 5~12월 45만5940정 △2019년 83만8700정 △2020년 87만2292정 △2021년 87만1442정, △2022년 1~6월 52만1139정이었다.

식약처 자료로 마약류 셀프처방이 추정되는 의사 수는 △2018년 5~12월 5681명 △2019년 8185명 △2020년 7879명 △2021년 7736명 △2022년 1~6월 5698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마약류 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 대비 각각 6.0%, 8.1%, 7.7%, 7.4%, 5.6%이다.

이처럼 마약류 셀프처방 추정 사례가 많지만 식약처 점검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는 최근 2년간 프로포폴과 식욕억제제 등 일부 마약류 성분별로 처방량 상위 의료기관 42개소를 점검해 24건을 수사의뢰했다. 그 중에서 8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3건은 수사 중이고 9건은 내사종결됐다.


식약처가 점검했던 사례 중에는 한 의료기관의 의사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치료 등 심리적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자나팜정(알프라졸람), 스틸녹스정(졸피뎀), 트리아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총 5357정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날짜로 계산하면 461일간 매일 11.6정씩 하루도 빠짐없이 투약했다는 얘기가 된다.

의사들이 셀프처방만이 아니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대리처방 등을 거쳐 본인이 투약하는 마약류 오남용 사례는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확인됐다.

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마약류 투약과 처방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모두 61명이었는데 이들 중 7명은 셀프처방, 타인 명의 대리처방 또는 매수를 통해서 본인이 투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환자의 명의를 도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의사의 명의를 도용해 총 184회 3696정을 처방받아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기획합동점검이 마약류취급자가 의료용 마약류를 보다 적정하게 처방·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의료용 마약류를 신중하게 취급,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마약류 오남용 의심 사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