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사랑하는 신명품, 여기서 키운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11.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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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신명품시대③

편집자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이 뜨면서 수입 의류 시장이 사상 최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의류 수요가 폭발했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에 무게들 두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맞물렸다. 바야흐로 신명품 시대다.

비이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삼성물산 패션부문비이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삼성물산 패션부문


신명품이 인기를 끌면서 패션 편집숍이 주목받고 있다. 편집숍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입 브랜드를 일부 매입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는 '테스트 베드' 다. 다양한 상품을 관리하는 사업 구조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 진입장벽이 높지만 해외 브랜드의 선별, 관계 구축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에 편집숍 브랜드 비이커의 세번째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2012년 비이커 출시와 동시에 개점한 한남점, 청담점에 이어 10년만의 플래그십 스토어 출점이다. 성수점은 전체 3층, 총 324㎡(약 100평)의 대형 매장으로 '빛나는 청춘'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비이커는 메종키츠네를 발굴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메종키츠네는 비이커를 통해 수입, 판매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단독으로 공식 유통계약을 맺었다. 메종키츠네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포함해 백화점 등에 국내 매장이 18곳 있다. 비이커에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는 이외에도 가니, 스튜디오 니콜슨, 노만 코펜하겐 등이 있다. 일본 브랜드인 오라리도 신세계강남점에서 세계 최초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비이커가 운영하는 브랜드만 230~270개에 달한다. 수입 브랜드가 150~170개, 국내 브랜드가 40~50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40~50개다. 상품 종류를 뜻하는 스큐는 4500~5000개다. 수시로 브랜드들을 추가하고 방출하기 때문에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입 브랜드에 힘 입어 비이커 올 1~10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가 늘었다.

편집숍이 각광받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브랜드를 시도해보고 싶어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비이커에서 판매하는 수입 의류 가격은 대부분 20만~100만원 선이다. 최근에는 직구, 병행수입 등 유명 브랜드를 보다 저렴하게 사려는 소비자들이 늘었지만, 직접 입어보고 옷을 고르고 싶어하는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수백개의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는 편집숍이 갖고 있는 강점이다.



비이커는 편집숍과 전체적인 컨셉트가 맞는 브랜드를 우선 수입한 뒤, 2~6년 동안 브랜드의 성장세를 보고 단독 매장 유통을 위한 준비를 한다. 보통 해외 브랜드와의 유통 계약은 수의로 맺어지기 때문에 MD들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송태근 비이커 팀장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국내에서 해외 브랜드를 성공시킨 경험 등이 중요하다"며 "편집숍은 국내외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모두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엠프티/무신사엠프티/무신사
국내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던 회사들도 편집숍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무신사는 지난 9월 계열사를 통해 하이엔드 편집숍 '엠프티'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성수동 4층 건물 규모다. 엠프티에서 다루는 브랜드는 약 70여개로 해외 브랜드가 70%, 국내 브랜드가 30%를 차지한다. 대중성보다는 개성과 감성을 앞세워 차별화한다. 무신사가 그동안 국내 브랜드를 위주로 성장해 온 점을 감안하면 색다른 행보다. 무신사 측은 "2호 플래그십 계획은 있지만 미정"이라며 "모노 매장 보다는 엠프티를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및 온라인 캡슐 컬렉션 등을 더욱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섬도 내년 상반기에 수입의류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젊은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 편집숍 브랜드 '엑시츠(XYTZ)'를 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분더샵'을 운영 중이지만, 엑시츠는 보다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다루는 게 목적이다.


대형사 뿐만이 아니다. 신사복 '킨록앤더슨' 등을 전개하는 원풍물산은 2020년 디오퍼짓사이트를, 베스띠벨리, 지이크 등을 갖고 있는 신원은 지난해 남성복 편집숍 '포텐셜'과 '더 에스(THE S)'를 동시 론칭했다. 하지만 이들 편집숍은 자사 브랜드와 함께 메종키츠네, 아워레가시 등 인기 브랜드를 병행수입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편집숍 본연의 역할보다는 미끼 상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량의 상품을 다뤄야 하는 편집숍의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운영의 지속성도 문제다. 실제로 AK플라자는 2011년 패션 편집숍 '쿤'을 인수했지만 경영 상의 이유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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