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대가 고점"…달러 곱버스에 1500억 태운 개미들 웃었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11.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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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대가 고점"…달러 곱버스에 1500억 태운 개미들 웃었다


달러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에 1500억원을 베팅했던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환율 급락 국면에서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달러 곱버스 가격이 저점 대비 18% 가량 급등하면서 투자자 대부분이 짧은 기간 상당한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 (5,890원 ▼75 -1.26%)'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 14일 6850원에 마감해 지난달 25일 저점 대비 17.7% 상승했다. 이 ETF는 미국달러선물 가격의 일일 수익률에 역으로 2배 연동한다. 일명 '달러 곱버스'로 불린다. 달러 가격이 1% 떨어지면 달러 곱버스는 2% 상승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달러 곱버스도 급등했다. 9월들어 1달러 당 1400원대를 상회하던 환율은 지난 14일 1325.9원으로 100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달 25일 고점(1444.2원) 대비로는 8.2%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 1400원대를 고점으로 봤다.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9~10월 개인 투자자들은 과감히 환율 하락에 베팅했다. 그것도 위험성이 높은 2배 레버리지 상품인 '달러 곱버스'였다. 이 기간 개인은 달러 곱버스 152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6167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이후 환율이 급락하고 반대로 달러 곱버스는 급등했다. 이날부터 지난 14일까지 6거래일 동안 개인은 1529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9~10월 순매수 금액 그대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셈이다. 이 기간 평균 매도 단가는 6440원이다.

평균 매수·매도 단가로 추정한 수익률은 약 4.4%다. 환율 1400원대(달러 곱버스 5900원대) 진입한 투자자라면 9~10% 이상 수익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곱버스 특성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수익을 실현한 개인 투자자들의 판단은 적중했다.


환율이 급락하자 반대로 달러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도 나타났다. 달러 가격에 2배 연동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14,535원 ▲220 +1.54%)'에는 최근 일주일 동안 50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환율이 다시 치솟을 경우 달러 레버리지는 2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환율이 1300원대 약보합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달러 강세를 야기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미국 연준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리 인상 등) 여러 노이즈들이 아직 많아 연말까지 환율은 13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탈피 기대감에 위안화가 강해지고 있고 올 겨울 유럽 에너지 위기도 잘 넘어간다면 환율도 하향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은 현 수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거나 반등할 여지가 있다"며 "연준 피봇(완화적 입장 전환)이나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 등이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환율이 반등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이 당분간 박스권을 형성할 경우 레버리지나 곱버스 투자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일일 수익률에 2배씩 움직이는 레버리지·곱버스 특성상 기초지수가 등락을 반복할수록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하면서 손실이 누적된다.

환율이 과거 평균인 달러당 1000~1200원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 할 경우 다시 달러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승혁 연구원은 "내년 연준 피봇 기대감이 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는 사실 긍정적 재료가 아니다"라며 "금리를 내린다는 건 경기침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달러가 과연 떨어질까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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