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둥지에 외계인 뻐꾸기가 날아들었다 '미드위치 쿠쿠'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1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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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웨이브사진제공=웨이브


영국의 한적한 전원마을 미드위치.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조이와 샘 커플이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 곳에 이사를 온다. 조이 커플이 이사를 오고 얼마 뒤인 5월 6일, 강렬한 섬광과 함께 미드위치 전체가 정전이 되고 모든 통신이 두절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잃고 일제히 기절한다. 그날 이후 미드위치의 가임기 여성은 모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대 여학생에서부터 미혼과 기혼, 성적 취향을 가리지 않는 기이한 임신이었다.

웨이브의 10월 공개작 '미드위치 쿠쿠(The Midwich Cuckoos)'는 영국 작가 존 윈덤의 1950년대 소설 '미드워치의 뻐꾸기들'을 원작으로 한다. 외계인에 의해 이상 현상을 겪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1960년 할리우드 영화 '저주받은 도시'로 제작된 바 있다. B급 영화의 대가 존 카펜터 감독이 연출을 맡고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저주받은 도시'는 은발 머리에 눈에서 섬광을 내뿜는 아이들을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려 익히 잘 알려진 작품이다.



유명 소설과 영화 원작을 시리즈로 리메이크한 '미드위치 쿠쿠'는 총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작은 소도시에서 각자의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던 이들이 집단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고, 아이라는 공통의 분모로 엮이며 일어나는 사건들,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위협과 공포를 담아내고 있다.

사진제공=웨이브사진제공=웨이브


각자 다른 부모에게서 유전적 형질을 물려받아 태어난 십수명의 아이들. 임신 5개월만에 한날 한시에 태어난 아이들은 월등한 발육 속도를 보인다. 신체와 두뇌 모두 인간보다 우월한 아이들은 서로의 생각과 지식, 경험을 공유하는 '하이브'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자신들을 위협하거나 애정을 주지 않는 존재, 집착하는 대상에게는 가차없는 폭력과 보복을 가한다.

미드위치에서 일어난 사건은 영국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주민들은 창살없는 감옥처럼 마을을 떠나지 못하며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아이라는 공통의 존재로 서로 소통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해나간다.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중심에는 심리 치료사 젤리비 박사가 있다. 23살의 미혼인 딸과 살아가는 젤리비 박사는 딸이 낳은 손녀 '이비'를 양육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상처와 고민을 어루만진다.

그러나 아이들의 위협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어른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생각과 행동을 아이들이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과 천진무구한 악의 실체를 보게 된 어른들은 모성애와 두려움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미드위치 이전 러시아의 한 마을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고, 생존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이들이 인간을 위협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 밝혀진다. 여기에 둘째 아이를 임신한 조이와 샘이 마을을 벗어나려 하고, 아이들 역시 이곳을 떠나 군을 장악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목적이 드러난다.


사진제공=웨이브사진제공=웨이브
'뻐꾸기가 알을 낳았다'라는 직설적인 문구의 원작 소설처럼, 이번 시리즈는 오프닝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차용한 사운드트랙으로 외계인이 지구인의 몸을 빌려 세상에 자신들의 후손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둥지를 빼앗길 위기에 놓은 지구인들은 아이를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오랜 상식과 공포라는 감정을 두고 갈등한다. 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피와 살을 나눈 혈육의 정, 먹이고 기른 모성애로 번민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준다.

감정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아이들 역시 가족에 대한 일말의 애정을 보이면서, 보는 이는 복잡다단한 인물들의 심리 속에 이입되게 된다. "너는 저 아이들과 다른 존재야", "너만의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고 손녀 이비를 향해 말했던 젤리비 박사의 말은 집단 공동체로 묶여 있는, 개성있는 사고와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진정한 충고이자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 볼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에 "차이는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라고 대답하는 어린 손녀의 말은 집단주의로 상징되는 외계인 아이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폐쇄된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체의 균열을 허용하지 않는 아이들은 나치즘과 사회주의 체제를 연상케 한다.

하이브라는 집단 지성에 속해 ‘나’는 사라지고 ‘우리’가 된 아이들. 아직 미성숙한 존재인 만큼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악의를 품는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응징을 내리는 모습은 섬뜩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사랑스럽고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을 한 외계인을 지구로 보낸 존재는 끝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도 존재했고, 다시 한번 미드위치의 여인들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 외계의 아이들이 또다시 인간세상을 찾아올 수 있다는 상상은 시즌 2로 돌아올 강력한 떡밥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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