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2배 간다"…채권 가격 바닥 본 개미 몰려간 '이곳'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11.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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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2배 간다"…채권 가격 바닥 본 개미 몰려간 '이곳'


금리가 고점을 지났다는 인식에 장기채권으로 뭉칫돈이 몰린다. 금리가 장기 하락 추세로 전환될 경우 금리 변화에 민감한 장기채 가격은 더 크게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 레버리지'로 눈길을 돌린다. 리스크는 높지만 금리 하락폭에 따라 원금의 2배 이상 높은 수익률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 국공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21일 4.63%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1일에는 3.89%로 약 20여일만에 0.74%포인트 급락했다. 30년물 역시 같은 기간 4.39%에서 3.86%로 0.5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장기채 금리도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 24일 4.25%에서 지난 11일 3.9%로 0.35%포인트 내렸다. 특히 미국 10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 지난 10일에는 채권 투자심리가 완화하면서 하루만에 0.29%포인트 급락했다. 미국채 30년물 역시 지난달 24일 4.39%에서 지난 10일 4.06%로 내렸다.



채권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건 반대로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이후 줄곧 하락하기만 하던 채권 가격은 최근 일제히 반등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인플레이션 완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10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7%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7.9%)보다 낮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금리인상도 다소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중요한 건 채권 가격의 '바닥'을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로 연준 점도표상 예견된 최종금리(4.6%)에는 못 미친다. 몇 번의 금리 인상이 더 남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동안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 5% 수준까지 가격을 반영해 왔다. 기준금리가 이보다 더 올라가지 않는 이상 채권 가격은 지금이 바닥이라는 의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금리는 이미 지난 10월에 고점을 봤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금리가 너무 급락해서 되돌림 할 여지도 있지만 미국 장기채의 경우 내년 상반기쯤에는 3.5%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에 2배 간다"…채권 가격 바닥 본 개미 몰려간 '이곳'
투자자들은 장기채 투자로 눈을 돌린다. 채권은 잔존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 추세가 진행된다면 장기채의 가격 상승폭은 더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7,660원 ▼5 -0.07%)' ETF(상장지수펀드)를 212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국채 10년물에 투자하는 'KODEX 국채선물10년 (65,010원 ▼120 -0.18%)'와 'KOSEF 국고채10년 (110,240원 ▼370 -0.33%)'은 각각 34억원, 28억원 어치 순매수다.

장기채를 활용한 레버리지 상품도 있다. '메리츠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H) (5,035원 ▲20 +0.40%)'는 미국채 30년물 가격에 2배 연동한다.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5,780원 ▲25 +0.43%)' 역시 미국 장기채 가격에 2배만큼 움직이는 ETF다.

서학개미들도 미국 장기채 ETF 매수에 나섰다. 미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 이어 트레져리 본드'(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티커 TLT)는 최근 한 달 간 391억원 순매수했다.

20년물 가격에 3배 연동하는 레버리지인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져리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티커 TMF)의 순매수 규모는 281억원이다.

보통 '채권은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식보다 기대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큰 장기채를 이용한 레버리지는 주식 못지 않게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

'메리츠 레버리지 미국채30년 ETN(H)'는 지난 8월2일 1만725원에서 지난 11일 6595원으로 고점 대비 38.5% 하락했다. 만약 미국채 30년물 금리가 지난 8월 수준(3%)까지만 내려와도 레버리지 ETN은 60% 이상 수익이 가능하다. 금리 인상기였던 최근 1년 간 국채 30년물 곱버스(반대로 2배) 상품인 '메리츠 인버스 2X 국채30년 ETN (14,790원 0.00%)' 가격은 2배 올랐다.

ETF나 펀드가 아닌 장외 시장을 통한 채권 직접 매수도 증가세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상품팀장은 "단기채 위주로 롤오버(재투자)하는 고객도 있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고객들은 장기채를 많이 찾는다"며 "특히 달러 자산이 많은 자산가들은 미국채 투자를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미국채보다는 국채 투자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달러로 투자해야 하는 미국채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환차손을 입는다.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에 투자 할수도 있지만 헤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기존에 달러를 가진 투자자라면 미국채 투자가 유리하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국내 채권이 더 저평가 돼 있다"며 "자산배분 측면에서 미국채와 한국채를 반반씩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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