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공사 제1공구 건설 현장 /사진=방윤영 기자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기회가 풍부한 필리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다. 2020년 9월 남북철도 제1공구를 수주한 데 이어 2년 만인 올해 9월 남부철도 4·5·6공구를 연달아 따냈다. 남부철도 공사는 총 7개 공구로 이뤄졌는데 이중 3개 공구를 현대건설이 수주한 것으로, 건설사 한 곳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한번에 수주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제1공구는 마닐라 말로로스(Malolos)부터 클락(Clark)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로, 17㎞ 길이의 철도교량과 정거장 2개소, 부대건물 13개동 등을 건설한다. 철도교량은 철도가 다니는 교량(다리)을 짓는 공사로, 우리나라 지상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현대건설을 필두로 현지 건설업체인 메가와이드, 국내 건설사 동아지질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했으며, 현대건설 지분은 약 3838억원이다. 3개사는 각 회사의 이름을 딴 합작법인 HMDJV을 세워 공사를 수행 중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공정관리에서 판가름 난다. 짧은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건설은 48개월 내에 17㎞의 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에서 3~4㎞를 3~4년간 공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PSM 공법을 적용했다. 이는 미리 공장에서 교량의 구조물을 찍어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공법으로,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과 같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부어 타설하는 재래식 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품질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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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공사 현장에 콘크리트 공장, 다리의 구조물인 피어(기둥)와 세그먼트(다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 제작 공장 등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였다. 현장에서 필요한 구조물을 바로 만들어 바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건설은 피어부터 세그먼트까지 각각의 고유번호를 배정해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높은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제1공구 현장에 마련된 콘크리트, 세그먼트 제작공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남부철도 4·5·6공구는 마닐라 남쪽 알라방(Alabang)부터 칼람바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32㎞ 길이의 철도교량과 정거장 9개소를 건설하는 공사로 현대건설과 동아지질이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의 지분은 약 1조5000억원이다.
4·5·6공구는 현재 운행 중인 낙후한 철도교량을 부수고 새로운 교량을 짓는 사업이다. 현재는 철도 1량만 운행이 가능해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총 두번밖에 운행하지 않아 철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은 내년 2월부터 6공구, 5월에는 4·5공구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사기간은 공구별로 51~57개월이다.
현대건설은 새 정부 역시 인프라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조원 규모의 바탄-카비테 해상교량 프로젝트 등을 적극 수주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