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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필리핀 재진출 현대건설, '제2 건설붐' 일으킨다

머니투데이 마닐라(필리핀)=방윤영 기자 2022.11.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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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 500억불 수주 향해 뛴다]현대건설, 필리핀 철도 공사 4개 프로젝트 따내

편집자주 우리 건설사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외 시장에서 뚫은 저력이 있다. 역대 최대 716억달러를 수주한 2010년은 금융위기 직후로 국내 주택 시장이 휘청인 시기였다. 2014년까지 매년 600억~700억달러 수주고를 올려 창출한 국부는 경기 침체 파고를 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신흥 건설사와의 경쟁과 산유국 경기 침체로 해외 수주액은 3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연간 500억달러 해외 수주 회복을 위해 총력 지원을 예고했다. 금리인상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기, K-건설의 위기 돌파 DNA는 되살아날까. 세계 곳곳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건설사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공사 제1공구 건설 현장 /사진=방윤영 기자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공사 제1공구 건설 현장 /사진=방윤영 기자




현대건설이 34년 만에 필리핀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제2의 건설붐을 일으키고 있다. 필리핀은 부족한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 중이다. 두테르테 행정부 시절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정책에 따라 4조1300억 페소(약 9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지난 6월 출범한 마르코스 행정부는 '빌드 베러 모어'(Build better more) 정책 목표를 내거는 등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기회가 풍부한 필리핀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다. 2020년 9월 남북철도 제1공구를 수주한 데 이어 2년 만인 올해 9월 남부철도 4·5·6공구를 연달아 따냈다. 남부철도 공사는 총 7개 공구로 이뤄졌는데 이중 3개 공구를 현대건설이 수주한 것으로, 건설사 한 곳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한번에 수주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건설, 가장 먼저 필리핀 인프라 시장 개척…공정률 22%로 가장 빨라
현대건설은 필리핀 남북철도 공사에서 무려 4개 프로젝트를 따낸 상태다. 필리핀에는 수도 마닐라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인데 북부 뉴클락시티(New Clark City)에서부터 남부 칼람바(Calamba) 지역까지 총 길이가 163㎞ 달한다. 이를 크게 북부·중부·남부 3개 지역으로 나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현대건설은 북부지역 총 5개 공구 중 제1공구 사업(남북철도 제1공구)을 따내며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필리핀 철도 사업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제1공구는 마닐라 말로로스(Malolos)부터 클락(Clark)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로, 17㎞ 길이의 철도교량과 정거장 2개소, 부대건물 13개동 등을 건설한다. 철도교량은 철도가 다니는 교량(다리)을 짓는 공사로, 우리나라 지상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현대건설을 필두로 현지 건설업체인 메가와이드, 국내 건설사 동아지질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했으며, 현대건설 지분은 약 3838억원이다. 3개사는 각 회사의 이름을 딴 합작법인 HMDJV을 세워 공사를 수행 중이다.

34년만에 필리핀 재진출 현대건설, '제2 건설붐' 일으킨다
현대건설은 가장 먼저 필리핀 철도교량 시장에 진출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2020년 12월 착공한 이후 현재 공정률은 22% 수준이다. 이는 북부 5개 공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다른 구간을 수주한 국내 건설사인 DL이앤씨와 포스코 건설 등에서 견학을 올 정도다.

건설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공정관리에서 판가름 난다. 짧은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건설은 48개월 내에 17㎞의 교량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에서 3~4㎞를 3~4년간 공사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PSM 공법을 적용했다. 이는 미리 공장에서 교량의 구조물을 찍어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공법으로,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과 같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부어 타설하는 재래식 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품질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공사 현장에 콘크리트 공장, 다리의 구조물인 피어(기둥)와 세그먼트(다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 제작 공장 등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였다. 현장에서 필요한 구조물을 바로 만들어 바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다. 현대건설은 피어부터 세그먼트까지 각각의 고유번호를 배정해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높은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제1공구 현장에 마련된 콘크리트, 세그먼트 제작공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필리핀 마닐라 남북철도 제1공구 현장에 마련된 콘크리트, 세그먼트 제작공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3개 프로젝트 한꺼번에 수주 '쾌거'…기술력·경쟁력 입증
제1공구에서 현대건설의 경쟁력과 기술력이 두각을 나타내자, 남부철도 공사에서 3개 공구를 한번에 수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남부지역에는 총 7개 공구가 있는데 4·5·6공구 등 모두 3개 공구를 현대건설이 따냈다. 3개 프로젝트를 건설사 한 곳에서 한꺼번에 수주한 사례는 거의 없다. 북부에서 제1공구를 수주한 지 2년 만에 얻어낸 결과다.

남부철도 4·5·6공구는 마닐라 남쪽 알라방(Alabang)부터 칼람바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32㎞ 길이의 철도교량과 정거장 9개소를 건설하는 공사로 현대건설과 동아지질이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의 지분은 약 1조5000억원이다.


4·5·6공구는 현재 운행 중인 낙후한 철도교량을 부수고 새로운 교량을 짓는 사업이다. 현재는 철도 1량만 운행이 가능해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총 두번밖에 운행하지 않아 철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은 내년 2월부터 6공구, 5월에는 4·5공구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사기간은 공구별로 51~57개월이다.

현대건설은 새 정부 역시 인프라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조원 규모의 바탄-카비테 해상교량 프로젝트 등을 적극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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