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부터 MS·'슈퍼을'까지…운명의 한 주, 한국 재계 총력 대응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11.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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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한국 재계가 '거물급' 주요 경제 인사들의 방한을 앞두고 대응에 분주해졌다. 총 사업비 700조원대의 사업을 주도하는 큰손부터 글로벌 시가총액 2위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장비의 독점 생산기업까지 이번 주 잇따라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삼성·현대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도 예상되는 만큼 재계의 슈퍼위크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16일 피터 베닝크 ASML CEO,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각 주요 인사들은 이번 방한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공동 추진 사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국가안보자산으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반도체 부문도 주 논의 대상이다.



피터 베닝크 CEO는 ASML이 경기 화성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기공식에 참석한다. ASML은 7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공정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초우량 반도체장비 기업이다. EUV·EUA 장비가 대당 2500억~5000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지만, 연간 40여대로 생산량이 제한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장비 확보 경쟁을 펼친다.

EUV 장비 확보가 곧 기업 경쟁력인 만큼 이번 방한에서 베닝크 CEO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EUV 장비를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로, 매년 ASML 생산 EUV 장비의 절반 정도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 EUV를 발주했지만, 갈수록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두 회사 모두 ASML 장비의 추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베닝크 CEO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회장과 만나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확보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이 회장은 지난 6월과 2020년 10월에도 베닝크 CEO를 만나 장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ASML이 최근 인베스터 데이에서 EUV 시스템(90대)과 DUV(600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계약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국내에 투자 중인 블록체인·대체불가능토큰(NFT) 등 IT업계와 스킨십을 넓힐 전망이다. MS는 최근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게임사에 210억여원을 투자했으며, 국내 스타트업에 5억원 상당의 금전적·기술적 지원을 공표하기도 했다. 한국 IT업계의 잠재력이 높아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에서다.

사우디 권력서열 1위로 자산 2800조원(추정)의 대 부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전세계의 눈이 집중되는 '큰손'이다. 서울의 44배 크기에 710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을 지휘하고 있어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UAE(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 건설에 참여한 삼성물산, 친환경 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SK그룹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재계는 2019년 방한 당시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삼성전자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가졌던 회동이 재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과 기반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려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과의 논의가 필수적"이라며 "빈살만 왕세자가 대주주로 있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의 에너지 부문 협력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한에서 신규 수주나 투자 유치 등 예상치 못한 '깜짝 선언'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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