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점론에 "축배 일러"…월가 거물들 신중한 이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2.11.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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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지난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에 시장이 환호했지만 월가 거물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대신 신중한 분위기다.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진정세에 접어들었더라도 물가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높은 상황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발표 후 시장은 들썩였다. 10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7.7%를 기록, 전월의 8.2%와 월가 전망치인 7.9%를 하회하자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폭발했다. 뉴욕증시의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한 주 동안 5.9%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8.1% 뛰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일주일 전 61%에서 현재는 80%까지 높여 잡았다. 시장은 또 내년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5.25%에서 5.00%로 낮췄다.

하지만 월가 거물급 머니매니저들은 시장의 성급한 희망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 세계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투자 전략의 판도를 바꿀 만큼 고착화된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는 설명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켈시 베로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둔화 속도나 최종 안정화 지점은 무척 불확실하다"며 "연준이 실물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낮출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만큼 내려가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판단 아래 JP모건자산운용은 현금 비중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아타나시오스 밤버키디스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향후 2~3년 안에 목표치에 충분히 가까워질지, 아니면 계속 높은 수준에서 머무를지 여부"라면서 "우리가 판단할 땐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반응이 되레 연준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 상승과 금리 하락은 통화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의 노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전략가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경제의 어떤 부문이 망가지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식엔 '비중 축소'를, 현금엔 '비중 확대'라는 종전의 투자 권고를 유지했다.


UBS그룹의 헤지펀드 솔루션 사업부도 앞으로도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트폴리오를 고물가와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비시키며 방어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종합 자산운용사 맨그룹의 퀀트 전문 운용사인 맨AHL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상대적으로 나은 수익률을 내는 추세 추종 전략이 앞으로도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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