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길 증권사는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1곳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8234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는 1970억원으로 올해 총 1조20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도 영업이익은 9489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2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까지 3844억원, 4분기 컨센서스 1774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6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56.58% 감소한 규모다.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모회사)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6.22%, 51.62% 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들어서는 자금시장 경색 위기가 확산됐다.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에 실패하면서다. 그동안 증권사 이익 체력을 견인해 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증권사 부동산 PF 채무보증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은 20조원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장기화하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년 동안 증권사는 신규 딜 증가에 맞춰 인력 자원을 강화했지만 지금은 신규 딜이 얼어붙은 시장"이라며 "판관비 절감 차원에서 IB 부문 등 전사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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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구조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자본잠식에 이르는 증권사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잠재 매수자는 증권 자회사가 없는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 PE 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시장을 관통한 악재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끝나가고 있고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올해 내내 이슈였던 채권평가손실이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부동산 익스포저도 손실을 확정하고 나면 추가 우려가 소멸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