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CEO의 일침…"FTX 사태, '규제'만 강조한 美 당국 탓"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1.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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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특별 기고문…"합리적이고 명확한 정책 필요"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이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이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 /AFPBBNews=뉴스1


'코인판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리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사태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미국 당국의 명확한 정책 및 규제 공백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CNBC에 쓴 특별 기고문을 통해 FTX의 파산 선언은 FTX의 부정적인 사업 관행이 드러난 이후 나타난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암스트롱 CEO는 기고문에서 "코인베이스는 FTX에 대한 의미 있는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없지만, 현 상황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우려와 공감을 표시한다"며 "우리 업계에선 고객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FTX 사태로 많은 사람이 많은 돈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FTX의 몰락에 대해 "깊게 얽혀 있는 기업 간의 이해 상충을 포함한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사업 관행과 고객 자산을 무단으로 빌려주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결과"라며 "이번 사태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벌써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지금까지 미국 규제 당국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암스트롱 CEO는 "미국 당국은 지금까지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가 안전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재차 지적하며 "이는 대출과 마진거래, 공매도 그리고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합법적으로 가능했던 암호화폐 기반의 다양한 금융상품 등이 미국에서 모두 불법이란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때문에 미국 소비자와 사업자들이 규제당국의 관할권 밖에 있는 위험한 역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거래 활동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암스트롱 CEO는 미국 당국이 명확한 규제 지침 마련보다 적극적인 법 시행을 통한 '규제'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봤다. 그는 "실제 당국은 해당 규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규정을 따르지 않는 미국계 업체들만 추적했다"며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9개를 증권으로 분류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7월 SEC는 코인베이스의 전 직원을 내부 거래 혐의로 고발하는 과정에서 내부 거래에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9개를 증권으로 분류했다. 이에 코인베이스 측은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미국의 법이 디지털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암스트롱 CEO는 "많은 이가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정책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왔다"며 "암호화폐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미국과 다른 국가의 중앙집중화 거래소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업계는 현재의 거래소처럼 제3자를 신뢰하는 데 의존하지 않는 분산형 금융과 자체 보관(self-custodial) 지갑을 활용해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기회가 있다"며 "최소 그때까지 규제당국은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마련해 혁신을 장려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명확한 규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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