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해요" 이태원역 1번출구엔 아직도…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박상곤 기자 2022.11.1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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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포스트잇에 써놓은 애도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포스트잇에 써놓은 애도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천국에서 못 다이룬 꿈 이루소서.' '살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훌쩍 넘은 11일 오전.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여전히 지하부터 입구까지 포스트잇에 써놓은 애도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1번 출구 바로 옆 바닥에는 국화꽃을 비롯한 가지각색의 꽃과 음식들도 가지런히 놓였다. 교통 통제를 위해 인도와 차도 사이에 놓인 박스와 가로수를 포스트잇과 꽃들이 촘촘히 메우고 있다.



국가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참사 현장 근처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추모 공간 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역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인 만큼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보존 계획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와 추모 공간을 방문한 김모씨는 "추모를 위해 놓은 물품들은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보면 발길에 밟히거나 날아가고 있는 종이들이 보인다"며 "포스트잇이라든지 애도 메시지가 담긴 건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보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씨는 "이 일을 겪은 분들이 매우 많은데 충격을 견딜 수 있겠냐"며 "공식적인 추모 공간이라도 있어야 사고를 겪은 분들이 쌓인 걸 풀어가면서 차차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 딸을 둔 박모씨(51)도 추모 공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박씨는 "물품을 단순히 처리하지 않고 계속 와서 사람들이 추모도 하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며"사고가 터지고 나서 뭔가 해결되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추모 현장을 와봐야 느끼는 게 있기 때문에 사고 현장 인근에 사람들이 함께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포스트잇에 써놓은 애도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포스트잇에 써놓은 애도 메시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
이날 추모 공간 마련을 요구하는 오체투지 시위도 진행됐다. 오체투지에 나선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 지몽스님은"올바른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자 가족분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상실감 속에서 슬픔과 두려움에 계실 피해자 희생자 가족분들의 가족분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추모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든 공간에 남겨진 추모 메시지 등이 기록화돼 보관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는 시내 곳곳에 묶어놓은 노란 리본 및 추모글들을 수집해 기록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기록물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에 보관됐다 현재는 서울시의회 앞으로 옮겨졌다.

구의역 참사 김군 추모 당시 스크린도어에 빼곡히 붙은 애도 쪽지들은 서울 도서관에 디지털 기록물로 남아있다. 1만3000여개의 추모 글귀가 도서관에 설치된 디지털 화면으로 전달되면서 6년 전 서울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 군을 추모하는 공간이 됐다.



이와 같은 추모 공간 마련의 필요성 제기에 용산구청은 조만간 참사 관련 부서를 정해, 향후 추모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1번 출구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이라 자원봉사자들이 관리하고 있다"며 "추모공간 마련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편지지, 포스트잇 등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서 보관할 방법을 논의중"이라고 했다

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지하 벽면에  애도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11일 서울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지하 벽면에 애도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빼곡히 붙어있다. / 사진=박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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