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꺾였다"…한은, 금리인상 '빅스텝' 끝내고 감속?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2.11.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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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물가 꺾였다"…한은, 금리인상 '빅스텝' 끝내고 감속?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둔화세를 보이면서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금리인상) 대신 '빅스텝'(한번에 0.5%p 금리인상)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오는 24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한번에 0.25%p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등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오전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물가 상승률은 시장 전망치(7.9%)를 밑도는 수치다. 지난달 물가상승률(8.2%)보다 0.5%p 떨어진 것으로 물가상승률이 7%대를 기록한 건 지난 2월(7.9%) 이후 8개월 만이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에 한층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11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5%p 올릴 가능성을 80.6%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CPI가 발표되기 직전인 전날까지만 해도 56.8% 였던 수치가 하루만에 크게 올랐다. 시장이 보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19.4%에 그쳤다. 시장의 전망이 맞다면 연준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0.5%p 올리는 데 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경우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한은이 이번달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봤다. KB증권은 미국의 CPI 발표 이후 오는 24일 금통위가 금리를 0.5%p 대신 0.25%p 올릴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다.

권희진 KB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라며 "크레디트 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보니 한은이 이번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내년 상반기 두 차례 정도 베이비스텝을 이어간다고 보고, 최종 금리 상단은 그대로 3.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크레디트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확대된다면 1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3.5%까지만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다음달 FOMC에서 0.5%p 금리를 올려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며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는 4.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도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이달 금통위에서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과 한국경제학회(KEA) 공동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전날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8%로 내려잡고, 경기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사전 브리핑에서 "기준금리를 언제 몇 퍼센트(%)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당분간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의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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