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KG스틸(옛 동부제철)과 영국 리버티스틸 간 전기로 매각이 사실상 결정돼 연내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철소의 주인이 바뀌고 중국과 파키스탄 등으로 매각이 추진됐지만 매듭은 지어지지 않았다. 결국 영국 리버티스틸이 새 주인이 된다. 매각대금은 전기로 600억원에 부지 장기임대료 등을 합쳐 총 8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1조2000억원짜리 전기로가 800억원에 팔리는 셈이다. 업계는 저부가가치 제품인 열연강판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여긴다.
리버티스틸이 옛 동부제철 전기로를 인수해 루마니아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을때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종 국내 재가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 전반의 우려가 고조된다. 연 300만톤의 열연이 국내시장에 쏟아져나올 경우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강재 값이 뚝 떨어지고 원료인 고철 수입가격은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2009년 가동 당시 동부제철 전기로./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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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티스틸은 당초 유럽에 있는 공장들에 열연을 공급하기 위해 전기로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이 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EU 및 영국 철강재 수출 쿼터 규제를 감안하면 수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로가 재가동되면 국내는 물론 근거리 해외시장에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철강 치킨게임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국내 열연 공급이 추가되면 출혈경쟁으로 산업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또 수출할당량 초과에 따른 통상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불황기 가격경쟁 심화로 반덤핑 이슈가 제기될 경우 업계 전반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철강업 탄소중립 추진계획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전기로는 산업계 대표적인 전력소모설비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형 제철기술 도입에 집중하는건 이 때문이다. 십수년 전에 지어진 전기로 재가동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우려도 있다.
KG스틸 지분을 일부 보유한 산업은행이 국내 철강 산업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도 매각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금 추진 중인 전기로 매각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며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설비를 굳이 매각하겠다면 해외로 이전, 설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