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베트남 광닌성 하롱시에서 열린 제17회 동아시아지방정부 관광연맹(EATOF) 총회 참석차 출국한 김 지사는 레고랜드 쇼크 사태 확산에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했다. 한편 레고랜드발 사태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강원도는 2050억원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채무 이행(2023년 1월 29일)을 올해로 앞당겨 전액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2022.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진태 강원지사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 정부 부도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민간의 아이디어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강원도라는 지방정부의 채무상환 거절이 중앙정부 신뢰도까지 추락시킬 위기를 불러오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 증권사 사장들을 사석에 불러모았고 시장 우려와 리스크 전이 상황을 보고받았다. 추 부총리는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민간 IB 부문장들과 두텁게 교류하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조기상환 제안'이다.
민간이 제안한 조기상환 아이디어는 이미 부도위기에 빠졌던 레고랜드 채권자들을 안심시키면서 김 지사의 발언을 실리적으로 번복할 카운터 어택이 됐다. 당초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보증한 채무 2050억원을 미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환일을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앞당긴 12월 중순으로 전액 변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흥국생명 이슈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멀어졌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팀 플레이가 빛이 났다. 영구채란 게 법적으로는 5년 내 상환하지 않더라도 채무자가 스텝업(Step up) 이자를 감당하기만 하면 불법이 아닌 게 문제였다. 흥국생명의 의사를 사전에 감지한 당국도 이런 애매모호한 문제로 인해 민간 금융사의 결정에 사전개입을 하기가 어려웠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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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원부국인 호주와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은 달랐다. 레고랜드가 불러온 소버린 리스크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이 예상보다 신용 위험도에 있어 취약하다는 우려를 갖게 됐다. 올 초부터 이어진 경상적자와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 등의 피크아웃 우려까지 심리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플랜B를 실행하는데 있어 가장 주효했던 것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협업이다. 당국의 감독권은 RBC(지급여력비율) 유지 여부에만 맞춰져 있어 영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는 게 개별 금융사에는 감독 적합성에 부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 흥국생명의 개별 행위가 한국기업 전체의 외채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었다.
이복현 금감원장
이 원장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지나친 수익성 일변도의 영업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문제와 관련해선 "자금 여력을 고려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그룹 오너에 직접 닿았다. 당초 이슈를 간과하고 있던 태광그룹과 이호진 회장이 문제를 '모럴 헤저드' 가능성으로 받아들여 즉각 대주주 증자와 자본확충, 채무상환으로 풀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