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지연에 KT 재편도 '숨 고르기'…최대변수는 '구현모 연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11.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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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그룹 미디어 밸류체인. /사진=KTKT그룹 미디어 밸류체인. /사진=KT


KT 그룹의 자회사 IPO(기업공개) 청사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주까지 '완주'를 공언하던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공모시장의 한파를 넘지 못하고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그룹 내 또 다른 IPO 주자인 케이뱅크 비상장 (9,600원 0.00%)도 상장을 당초 예고됐던 올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KT (33,650원 ▲50 +0.15%)의 '지주형 회사' 전환 구상 역시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밀리의서재는 지난 8일 코스닥 상장 철회를 결정하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밀리의서재는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밀리의서재가 제시했던 공모가 희망 범위는 2만1500~2만5000원, 공모예정금액은 430억~500억원 규모였다. 흥행 실패 우려가 제기됐지만, 서영택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모금액이 줄더라도 이제는 성장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다수 기관이 공모가 하단조차 밑도는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T는 밀리의서재를 시작으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연내 코스피 상장을 예고했으며, 케이뱅크는 지난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또 콘텐츠·미디어와 금융 부문에서 각각 지배구조의 핵심인 KT스튜디오지니와 BC카드, 올해 초 분사한 KT클라우드 등도 중장기적인 IPO 카드로 꼽혀 왔다. KT의 자회사 IPO 구상은 사업부문별 밸류를 제대로 평가받고, 궁극적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현모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등 자회사 IPO가 미뤄지면서 KT의 그룹 재편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케이뱅크 역시 연내 IPO 계획이 사실상 불발됐고, 내년을 노리는 분위기다.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호재지만, 먼저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24,050원 ▲850 +3.66%)의 주가 약세가 계속되면서 기대만큼의 높은 몸값을 평가받을지는 미지수다.

구현모 KT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2.8.30/사진=뉴스1(KT 제공)구현모 KT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엠버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더 나은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지코 KT'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2.8.30/사진=뉴스1(KT 제공)
구 대표가 올해 초 예고했던 그룹의 '지주형 회사' 전환 계획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간 KT 내부에선 자회사만 50개에 가까울 정도로 사업구조가 방대하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도 느려진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했다. 이에 KT를 지주회사 격으로 두고 △본업인 유무선 통신 △KT스튜디오지니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케이뱅크와 BC카드 등의 금융 △클라우드 등 B2B 신사업을 부문별로 나눠 배치하는 지주형 회사가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미디어·콘텐츠 부문에서 스토리위즈와 함께 그룹 내 원천IP(지식재산)의 핵심으로 꼽혔던 밀리의서재가 IPO 중단으로 성장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고, 케이뱅크 역시 제때 상장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또 한 번 자본확충에 골머리를 썩게 될 수 있다.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 계획에 대한 수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최근 연임 도전을 선언한 구 대표의 거취가 KT의 미래에 핵심 변수다. 손수 사업 부문별 수직계열화 등 지주형 회사 달성을 위한 그룹 재편을 지휘해왔기 때문이다. 취임 후 3년간 주가와 실적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었지만, 사법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같은 이유로 국민연금(10.77%)이 올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증권가 역시 구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KT의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 요소로 △구 대표의 연임 여부 △케이뱅크의 성공적 상장 여부 등을 꼽았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지난 4일 보고서에서 "구 대표 연임 여부가 주가의 '핵심 요인(Key Factor)'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재선임에 실패할 경우 KT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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