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손해보험 업계 대표 중견보험사인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약속이나 한 듯 작년보다 40% 가까이 빠졌다. 동양생명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15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6%가 감소했다. 롯데손보는 같은 기간 602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보다 42.8%가 줄었다.
대형 생보사들의 실적도 자산 구성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변액보험의 영향을 받아 좋은 편은 아니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나눠주기 때문에 준비금을 쌓아놔야 하는데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준비금 규모가 커졌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기초체력 차이가 실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면서 중소사들의 입지는 더 줄고 있다. 차환이 쉽지 않자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해 국내외 시장을 들썩이게 한 흥국생명과 DB생명 모두 보험업계의 대표 중소사들이다.
지난 10월 채권 시장에서 약 2조1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보험사들이 순매도했는데, 여기에 동참한 보험사들 역시 대부분 중소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선 '큰손'인 보험사들이 채권을 사줘야 하는데 되레 팔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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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보험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저금리 저축성보험을 해지하고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들어 보험사 저축성보험(저축보험, 연금보험) 해지율이 높아졌다. 해지금 지급 등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데 차환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인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얼어붙자 어쩔 수 없이 채권 매도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한 중소사들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시기"라며 "업계가 노력해야겠지만 당국에서도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부분을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