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소보험사…실적·유동성 모두↓ "버티기 쉽지 않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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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올해 3분기 중소보험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들은 그나마 순익이 소폭 하락하거나 개선돼 업황 악화에도 그럭저럭 버티는 모습이다. 중소사들은 최근 유동성 경고등까지 켜져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손해보험 업계 대표 중견보험사인 동양생명과 롯데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약속이나 한 듯 작년보다 40% 가까이 빠졌다. 동양생명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이 15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6%가 감소했다. 롯데손보는 같은 기간 602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보다 42.8%가 줄었다.



양사 모두 지난해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업황 악화의 영향도 분명해 보인다. 중견사들은 중소형 보험사들보다 사정이 낫다. 금융지주 자회사 중 소형사로 분류되는 KB생명은 지난해 181억원이었던 적자폭이 올해는 519억원으로 더 커졌고, 하나손보와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인수한 신한EZ손해보험도 각각 317억원과 74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나생명은 147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보다 35.8% 감소했다.

대형 생보사들의 실적도 자산 구성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변액보험의 영향을 받아 좋은 편은 아니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 성과를 나눠주기 때문에 준비금을 쌓아놔야 하는데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준비금 규모가 커졌다.



실제로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도 지난해보다 누적 순익이 악화됐다. 하지만 모두 8% 가량의 순익 감소로 연초 대비 국내 증시가 급락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변액상품이 없는 NH농협생명은 오히려 3분기 누적 순익이 112% 증가했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KB손보도 93.4% 올해 3분기 누적순익이 늘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기초체력 차이가 실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면서 중소사들의 입지는 더 줄고 있다. 차환이 쉽지 않자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해 국내외 시장을 들썩이게 한 흥국생명과 DB생명 모두 보험업계의 대표 중소사들이다.

지난 10월 채권 시장에서 약 2조1000억원 가량의 채권을 보험사들이 순매도했는데, 여기에 동참한 보험사들 역시 대부분 중소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선 '큰손'인 보험사들이 채권을 사줘야 하는데 되레 팔면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소 보험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저금리 저축성보험을 해지하고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들어 보험사 저축성보험(저축보험, 연금보험) 해지율이 높아졌다. 해지금 지급 등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데 차환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인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얼어붙자 어쩔 수 없이 채권 매도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한 중소사들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시기"라며 "업계가 노력해야겠지만 당국에서도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부분을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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