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랙 쿨리뷰] 하이라이트의 당연한 노래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11.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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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하이라이트,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우리는 당연하게 노래를 부르고 당신은 우리의 노래를 당연히 듣는 날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그룹 하이라이트가 지난 7일 미니 4집 'AFTER SUNSET(애프터 선셋)'을 발매했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Alone(얼론)'부터 끝곡 'I Don't Miss You(아이 돈트 미스 유)'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앨범을 전반적으로 감싸는 건 부드러움 사이로 살짝 얹어놓은 긴장감이다. 여전히 열정적인 눈빛으로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는 오랜 연인의 손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부드럽지만 숙달된 멤버들의 가창은 멜로디를 유유히 헤엄치며 보다 풍성한 감상을 불어넣는다.

'AFTER SUNSET'의 앨범 소개서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됐다. 위에 적어놓은 문장도 그 중 하나다. "지극히 당연한 세상이 항상 우리에게 있길 바란다"며 입을 뗀 하이라이트는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을 진심어린 말들로 앨범 소개서를 채웠다. 마치 편지 같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다짐 같기도 하다. 더욱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당신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그럼에도 항상 우리가 우리의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설 수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그런 당연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팬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진심이 뭉근하게 와닿는다.



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이 하이라이트로 활동한 지는 햇수로 6년이 됐다. 비스트 경력까지 포함하면 이들이 함께한 시간은 14년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동안 이들에겐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서로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게다가 성실함을 미덕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그것의 동력은 음악에 대한 열정, 오랜 기간 함께해온 멤버들과의 의리, 한결같이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 등 다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놓인 건 하이라이트만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그룹들이 어느 지점에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이들이 꾸준히 내놓는 앨범의 의미는 단순한 차원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하이라이트,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하이라이트,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AFTER SUNSET'은 해가 진 후를 의미한다. 저문다는 뉘앙스가 짙은 앨범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해석은 다르다. 이기광은 "새벽이 오면 또 빛이 오는 것처럼 저희의 활동이 팬분들께 당연한 시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한 앨범이라고 했다. 해가 지고 뜨기를 반복하는 그 영속성의 마음을 담아낸 것이다. 그런 만큼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파스텔 톤의 그것처럼 따뜻하다.

타이틀곡 'Alone'은 보다 채색이 짙다. 매 순간 느껴지는 두 개의 페르소나가 이중적으로 존재하는 곡이데, 감성과 감각을 교차하며 캐주얼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가볍지 않은 사랑 노래를 들려준다. 레트로한 텍스처와 미니멀한 색채감, 동시에 복고스러운 느낌의 전개가 인상적이다. '점점 더 커져가는 너란 빈 공간 채워지지 않아 부서지고 말아' 같은 격정적인 가사 사이로 화려하면서도 그 이면에 느껴지는 모노톤, 고통스럽지만 기꺼이 그 사랑에 뛰어들겠다는 직설적인 고백은 은근하게 로맨틱하다.

이 외에도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가사의 'S.I.L.Y(Say I Love You)', 에너제틱한 비트에 성숙함이 느껴지는 'PRIVACY(프라이버시)', 그루브하면서도 서정적인 'I Don’t Miss You' 등 이기광의 자작곡 3곡도 서로 다른 매력으로 음악적 역량과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여기에 세련되고 몽환적인 피아노가 매력적인 'PAPER CUT(페이퍼 커트)'까지 'AFTER SUNSET'은 무드는 같지만 다양한 장르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오랜 결집에 대한 마땅한 결과물들은 이들이 말하는 영속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묵직하게 증명한다. 묵묵하고 또 단단한 이들의 걸음은 청자에게 강한 신뢰를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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