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국내 진단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영세한 중소 규모 회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만한 인적 역량이나 내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단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란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세계 시장과 산업의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나 내부 조직 관리 역량, 경영진이나 오너의 기업가 정신, 인적 및 지식재산권(IP) 관리 시스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란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그나마 코로나19 수혜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사정이 다소 낫겠지만, 그렇지 못한 진단 기업의 경우 생존을 위협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전문 펀드매니저는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때 활약하지 못하고 돈도 벌지 못한 국내 진단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진단 시장에서 자금력을 확보한 기업보다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많은 돈을 번 진단기업 중에서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는 기업이 눈에 띄고,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기업이더라도 당장 해외에서 사업화 성과를 낼 수 있다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기술력 강화, M&A,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 더 기대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해외 진단 시장에서 역량을 확보할 경우 반등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넥스트(다음)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K진단의 확실한 아이템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 수익을 낸 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또 "쉽지 않겠지만 팬데믹 때 확보한 자금으로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영업망, 사업화 역량을 쌓아야 한다"며 "기업의 자체적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팬데믹 같은 전 세계적인 변수, 각 정부의 규제와 정책 변화 및 지원, 진단 시장의 트렌드 변화 등도 K진단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로 급부상한 진단키트 회사 대부분 매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며 "이제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M&A를 통한 사업 확장, 진단 제품 외 포트폴리오 확대 등이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VC) 데일리파트너스의 이승호 대표는 "팬데믹을 거치면선 백신이나 치료제와 더불어 진단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분명히 생겼다"며 "그것만으로 진단 산업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국내 진단기업이 팬데믹 국면에서 상당한 재무적 성과와 수출 실적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고 이제 글로벌 진단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개인 맞춤형 스마트 진단, 진단과 IT 융합을 통한 디지털 전환 등 새로 펼쳐질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