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국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바로 회장 자리에 올랐고 그해 부친(이건희 삼성 회장)을 여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년여 더 진급이 누락(?)되다 최근에야 회장님이 됐다. '정의선 회장 시대'는 연착륙을 넘어 안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재용 회장 시대'는 그야말로 막 발걸음을 뗐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초기 행보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너무도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법적 이슈는 이미 법적 책임을 졌거나 일부 진행 중인 사안이 있어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치권력 눈치보기 역시 여전하지만 그사이 '정권교체'라는 지각변동이 생겼으니 눈치를 보는 대상과 강도도 많이 달라졌다. 재계에 '40대 총수시대'가 본격 도래했는데 이미 나이 50줄에 접어든 재계순위 1, 2위 그룹의 수장이 회장에 오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사업 구조개편, 세대교체, 경영권 승계 등 내부의 이슈는 부회장에서 회장이 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진 고민과 결단의 대상이었으니 그 연장선에서 치열하게 최적의 솔루션을 찾으면 되는 문제다. 이보다는 재계를 대표하는 '회장님'으로서 우리 사회, 정치권력, 기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과 본격적으로 소통하면서 변화를 찾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전히 재벌은 기득권의 본산이고 수많은 편법과 위법을 저지르면서도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지 않는 집단이라는 비판적 시선, 수많은 산업재해에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비도덕적 집단이라는 차가운 시선 등에 한없이 움츠러들거나 숨지 말고 정도경영과 책임을 다하는 '회장님'의 행보를 통해 '거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당당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를, 시장을, 기업을 여론과 정치가 주무르는 비정상을 조금씩 되돌리는 또다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