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없어요" 또 동네약국 다 돌아다닐라…정부 '가격 인상' 할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11.0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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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울=뉴스1)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을 앞두고 지난 3~4월 대유행시 빚어진 '감기약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보건의료계에서 나온다. 게다가 겨울철 재유행은 3년만에 찾아온 독감 유행과 동시 진행될 터라 감기약 대란 규모가 3~4월에 못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일부 약국에서는 조제용 감기약 품귀 현상이 빚어진다. 정부는 감기약에 한해 약품 사용량 증가 시 가격을 인하하는 제도인 '사용량 약가 연동제' 적용을 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제약업계 증산 독려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제 감기약 가격 인상 외엔 쓸 카드를 다 썼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감기약을 생산하는 종근당 (99,200원 ▼2,400 -2.36%), 한국존슨앤드존슨, 코오롱제약,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 부광약품 (5,990원 ▼100 -1.64%), 제뉴원사이언스 등 제약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감기약 대란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제약사들에게 감기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생산 확대 협조를 요청했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약가 인상 등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기약 대란 방지를 위한 약값 인상이 본격 검토되는 셈이다. 이미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하는 다수의 제약사가 약가 인상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 재유행을 앞두고 가격 인상이 화두에 오른 까닭은 이제 감기약 생산 독려를 위해 현실적으로 동원 가능한 대부분의 수단을 쓴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감기약을 '사용량 약가 연동제'에서 제외해주는 카드를 쓴 상태다. 의약품 매출이 전년보다 일정 비율 이상 증가할 경우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코로나19 유행탓에 매출이 늘어난 감기약은 약가가 인하돼 그동안 정부 요청에 따라 감기약 생산량을 늘렸던 제약사가 오히려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적 혜택도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감산은 막아도 재유행에 대비해 적극적인 증산을 유도하긴 힘들다는 것. 대표적 사례가 이미 일부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이다.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의 주 성분인데 조제용의 경우 일반의약품 보다 가격이 75%가량 저렴해 제약사들의 적극적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어렵다. 여기에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한국얀센 공장이 철수하고 감기약 원료를 만드는 화일약품 공장이 화재로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겹쳐 업계 증산은 더욱 녹록지 않게 됐다.

이와 관련,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기약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한 대책이 있냐는 지적에 "식약처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시 감기약 대란이 빚어지면 상황이 약국 10곳을 돌아도 감기약을 구하기 힘들었던 지난 3~4월 유행에 못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겨울철 재유행시 확진자가 하루 최대 20만명 나올 것으로 보고있는데 이는 일단 하루 최대 60만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했던 3~4월보다 작은 숫자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3년만에 독감이 유행한다는 점이 지난 3~4월 유행때와는 다르다. 올해 독감유행주의보는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9월 발령됐고, 이미 독감환자가 한 달 만에 두 배 가량 급증한 상태다.

관건은 가격 인상이 실제로 결정될지, 결정된다면 어느 수준으로 인상될지다. 급여 적용을 받는 감기약 가격이 오를 경우 건보 재정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재유행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 감기약 품귀 현상 자체가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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