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지갑 여는 LS전선, 신기술 쥐고 지분 늘려 기회 찾는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11.0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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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LS전선이 세계적 추세가 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확보를 위한 협약 체결은 물론 탄소중립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해저케이블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광케이블 업체 경영권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탄소중립 달성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 그치지 않고 새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신사업을 지속 발굴하겠다는 복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국내 전선기업의 불모지로 꼽혔던 유럽·북미 시장에서 잇단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북미에서 3500억원대 해상 풍력용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 영국 풍력 발전 단지에서 사용될 2400억 원 규모의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국내 업체가 유럽에서 수주한 해저 케이블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는 LS전선의 수주 규모가 확대를 두고 선제적으로 탄소중립 관련 역량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그간 국내 전선업체들은 중동이나 아시아, 호주 등 글로벌 전선업체와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탄소중립 압박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주 시장으로 삼아 왔다. 유럽이나 북미 시장은 첨단 기술력과 거점을 갖춘 프리즈미안(이탈리아)이나 넥상스(프랑스), ABB(스웨덴) 등 글로벌 기업이 독차지했다.
그러나 글로벌 업체에 뒤지지 않는 해저케이블 역량을 확보한 데 이어 탄소중립 경쟁력을 갖추면서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LS전선은 최근 탄소중립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전력과 '이산화탄소 포집(가스 중 탄소 분리)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산화탄소 직접배출량을 최대 60%까지 저감하고 동해·폴란드 등 국내외 사업장에서 RE100을 순차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시공 엔지니어링 기술과 선박 운항 능력을 갖춘 해저 시공 전문 업체 KT서브마린의 최대 주주로 오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LS전선은 지난달 KT서브마린 지분 15.57%(403만 8232주)를 252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로 오른 데 이어 콜옵션(매수 권리)을 행사해 지분 26.43%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KT서브마린의 해저 광케이블 특화 수행 능력과 LS전선의 제조 기술이 결합하면 수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LS전선은 탄소중립에 민감한 유럽·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해저케이블 제조·시공 능력을 갖췄을뿐더러 여러 지역에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갖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25년까지 2600억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늘리는 한편 내년 4월 국내 최대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VCV 타워) 완공을 앞두고 있다.

LS전선이 탄소중립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데에는 모기업인 LS그룹을 이끄는 구자은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구 회장은 올해 들어 전국 14곳의 자회사·손자회사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탄소중립으로 인한 전기화 시대 신규 사업 발굴·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탄소중립을 단순히 리스크 관리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LS만의 차별화된 사업 기회로 삼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포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 케이블처럼 전세계에서도 4~5곳밖에 수주 역량을 갖추지 않은 업종의 경우 탄소중립을 선제적으로 달성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시장 공략도 수월하다"라며 "전선업체는 ESG 경영 관련 투자가 곧 기업 경쟁력 확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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