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업계 2위권 도약 타이밍 왔다"

머니투데이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정리=김상준 기자 2022.11.0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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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3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카드업계 2위권으로 도약해야 하는 타이밍이 지금 다가왔다고 봅니다. 금리 상승이나 경기 침체로 다른 카드사들이 움츠리고 있을 때 롯데카드가 '로카다움'을 만든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3년 뒤 미래를 보겠다는 생각만 명확히 한다면 두려울 건 사실 별로 없습니다."



카드수수료 인하, 빅테크의 도전 등으로 카드업계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서 다가올 긴 어둠의 터널을 조 대표는 오히려 기회로 봤다.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를 순이익 기준 카드업계 4위로 끌어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공격적으로 혁신해 그 이상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조 대표의 궁극적인 구상은 카드업계뿐 아니라 금융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디지털 혁신이다. 당장 내년부터 디지털 컴퍼니로의 실질적인 변화에 나선다. 카드사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결제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상품 구매에 도움을 주는 큐레이팅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금리가 오르면서 위험도 커졌으니 리스크 관리도 병행한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취임 3년차입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 첫 2년은 신용카드업의 본질에 집중해 카드사로서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른 카드사와는 다른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브랜딩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세트카드'라는 신개념을 도입한 '로카(LOCA) 시리즈'입니다. 세트카드는 고객이 카드 2장을 선택해 이용하면 실적을 알아서 합산해 주고, 하나만 이용해도 더 큰 혜택을 롯데카드가 알아서 적용해 줍니다. 올해부턴 '디지로카(Digi-LOCA)를 앞세워 카드사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뛰어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 경영 목표를 소개해 주십시오.
▶지난 3년간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또다른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이제부터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난 3년이 경쟁사들과 차별적인 대립각을 만드는, '다름'을 추구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성장한 롯데카드를 바탕으로 '롯데카드다운', '로카(LOCA)다운', '다움'을 만드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내년은 롯데카드의 또다른 시작인 '로카 페이즈2(LOCA Phase2)'를 시작하는 첫 해입니다. 올해 초개인화 기반 '큐레이팅 디지털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고객의 결제 정보,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먼저 제안하려고 합니다. 각 개인의 특성과 생애주기에 맞는 큐레이팅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불수단으로서 고객의 선택 뒤에 존재했던 롯데카드는 이제 고객의 선택 앞에 서려고 합니다.


-업계 2위권이라는 목표는 굉장히 도전적입니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가 있습니까.
▶경기 침체라든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내년에 다른 카드사들이 움츠리고 있을 때 로카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제 부문에서 누가 더 마케팅을 잘 하느냐가 결국 실적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카드사 모두가 '결제할 때 우리 카드 좀 써 달라'고 할 때, 고객이 무언가를 선택하기에 앞서 '이건 어떠세요'라고 제안하는 카드사가 되려고 합니다. 따라서 롯데카드가 가려는 길에서 타사와의 경쟁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타사와 차별점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롯데카드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롯데카드만의 역량과 강점은 무엇입니까.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무엇을 사는지 롯데카드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방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빅테크나 커머스 업체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만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 축적에서 차이가 납니다. 신용카드는 모든 소비에 사용됩니다. 롯데카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금융산업 전체의 발전 모델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내년 경영 환경은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조달 비용 증가는 영업이익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수치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년은 3년 뒤 미래를 바라보고 완벽하게 투자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입니다. 지난 3년 동안의 성과를 지키려고 해봤자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밖엔 안 됩니다. 내년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할지라도 미래를 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을 때 이후 큰 성과가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투자하면 반드시 돌아옵니다. 게다가 카드업계에선 이익 발생까지 절대로 2년 이상이 걸리지 않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 미국발 급격한 금리 상승까지, 위기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리스크 관리 역시 내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건 당연합니다. 리스크 관련 미팅을 다른 미팅보다 자주 하고 있습니다. 2주에 1번씩 꾸준히 해 왔습니다. 지난 9월부터는 예상했던 범위를 넘어서는 시장 충격도 방어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보수적으로 갖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는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별도의 부문을 신설하고, 새로운 본부를 만들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임원 역시 리스크 관리에 특화한 인물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롯데카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아 일각에선 건전성을 우려합니다.
▶다른 회사의 부동산PF 대출과 구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매주 현장마다 직접 점검하고 있습니다. 애초 PF 대출을 실행할 때 우량 신용등급의 건설사가 보증한 현장에 들어가는 등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해왔습니다. 시장 환경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는 전제가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롯데카드 매각이 진행중입니다. 어떻게 보시고 있나요.
▶인수 향방보다는 회사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가 3년간 많이 성장해 좋은 회사가 됐고 나름대로 탐나는 회사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큐레이팅 디지털 컴퍼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비즈니즈모델이 작동하는지 보여주면 제조업 회사는 물론 커머스, 플랫폼 회사가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럼 회사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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