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아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받은 마다가스카르 청년 플란지에게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귀국을 앞두고 덕담을 건네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이 얼굴에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22세·마다카스카르)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했다고 4일 밝혔다. 또 플란지는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로 의료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다. 특히 플란지가 살고있는 마을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에서도 약 2000㎞ 떨어진 암바브알라(Ambavala)다.
마을에서 3시간을 걸어 나가면 병원이 하나 있다. 다만 그곳에 있는 단 한 명의 의사는 간단한 진료만 해줄 수 있다. 플란지는 희망을 가지고 이 병원을 찾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플란지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오랜 기간 치료를 받지 못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진 것이다.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그러나 발병 초기엔 약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한국을 찾아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을 성공적으로 치료받은 마다가스카르 청년 플란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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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겉으로도 드러나는 거대한 종양 때문에 플란지를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렸다. 결국 그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했다.
그러던 중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가 지난해 초 우연히 플란지를 만났다. 이 의사는 플란지를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수술이 가능한 한국 의료기관을 찾았고, 서울아산병원이 이에 응했다.
지난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8시간 넘는 대수술 진행했다.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했다.
현재 플란지는 가벼워진 얼굴로 미소를 되찾아 오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수술 후 플란지는 의료진에게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선교사가 돼 나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종우 교수는 "플란지의 종양은 지름 15㎝에 무게가 무려 810g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면서 "수술 당시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지만 잘 버텨준 덕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