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있고, 뒷배도 든든한데…흥국·DB생명 콜옵션 연기 왜?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11.0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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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본사/사진제공=흥국생명흥국생명 본사/사진제공=흥국생명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미이행에 이어 DB생명보험도 사모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했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를 결정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양사 모두 자기자본이나 건전성을 나타내는 LAT(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잉여액이 적지 않다. 현금성 자산도 풍부하다. 특히 지원군이 되줄 대주주도 든든하다. 그럼에도 콜옵션은 연기한 건 '실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DB생명, 돈·지원군 있음에도 콜옵션 연기
6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올해 6월말 기준 자기자본은 1조9718억원이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비율에서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가용자본은 이보다 더 많은 2조7734억원이었다.

흥국생명이 지난 2일 콜옵션 연기를 밝힌 신종자본증권 금액은 5억달러(약 7100억원)이다. 가용자본의 4분의1로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상환못할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흥국생명의 LAT잉여액은 6월말 기준 4조4481억원이다. LAT는 RBC비율과 유사하게 보험회사가 적정수준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보여준다. 내년부터 RBC비율 대신 모든 보험사에 적용되는 재무건전성 지표 K-ICS(킥스·신지급여력제도) 도입에 앞서 완충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했다.

상반기 16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현금성자산도 4000억원에 육박하니 돈이 없어 콜옵션을 연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DB생명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기준 LAT잉여액이 4조1943억원이었으며, 자기자본과 가용자본은 각각 6159억원과 8244억원이었다. 그럼에도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6개월 이후로 연기했다. DB생명 역시 상반기까지 신종자본증권 이상인 397억원을 벌었고 현금성자산도 1000억원 이상이다.


게다가 양사 모두 지원이 가능한 대주주가 있다. DB생명은 DB손해보험이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고 흥국생명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장 경색+낡은 제도 영향…"두달 후 사라질 RBC비율 유지 부담"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콜옵션을 연기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금리가 워낙 높아서다. 흥국생명은 당초 3억달러(외화)와 1000억원(원화)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어 오는 9일 만기 콜옵션을 충당하려 했다. 시장이 좋아 모두 투자가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수요가 거의 없었고, 금리 역시 콜옵션 연기에 따른 스텝업 조항보다 높았다.

두달 후면 사라질 RBC비율 규제도 콜옵션 연기 이유로 꼽힌다.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자본성증권의 콜옵션은 이를 상환한 뒤에도 RBC비율이 150%를 넘어설 때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흥국생명과 DB생명의 6월말 기준 RBC비율은 157.8%와 150.2%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3분기에는 대부분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더 악화됐다. 두 회사의 RBC비율도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성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 없이 콜옵션을 행사해 자본을 태우면 RBC비율이 150%가 무너질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닌 복합적인 경우가 겹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두달도 남지 않은 제도이긴 하지만 RBC비율을 연말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보험사, 특히 중소사에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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