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손실 어쩌나...포커 챔피언이 말하는 손절매 방법[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11.0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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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트레이더/사진=블룸버그미국 뉴욕증시의 트레이더/사진=블룸버그


주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손절매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끼기 때문에 손절매가 어려운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손절매를 안 할수록 손실규모는 커지기 일쑤다. 마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가 지난 7일 '주식투자 손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How to Make Peace With Your Stock Market Losses)라는 칼럼에서 손절매의 중요성을 다뤘다.



제이슨 츠바이크는 2008년부터 WSJ에 '현명한 투자자'라는 투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이 저술한 '현명한 투자자'에 주석을 붙인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츠바이크가 말하는 손절매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특히 세계 포커 챔피언인 애니 듀크가 말하는 손절매 실행방법이 눈에 띈다.

최악의 수익률에 근접한 올해 1~3분기 미국 증시
미국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1~9월 수익률 추이/사진=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쳐미국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1~9월 수익률 추이/사진=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쳐
올해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큰 폭 하락했다. 미국 주식 60%와 채권 40%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올해 1~3분기 20.1% 급락했으며 더 나쁜 수익률은 대공황 시기인 1931년과 1974년 밖에 없다. 10월 반등 전까지 미국 증시가 얼마나 많이 하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3월 말부터 10월초까지 투자자들이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빼낸 금액은 약 800억 달러에 불과하다. 3월 말 약 19조300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 주식 펀드 규모의 0.4%로서 뉴욕증시가 급락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절없이 그대로 보유했다는 의미다.

투자자의 관성 또는 자산 비중 자동조절 영향도 있겠지만, 투자 손실 후 손절하는 게 고통스러운 영향이 크다. 대다수 투자자가 "손실은 짧게, 이익은 길게"라는 주식 명언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패자라는 걸 인정하는 건 돈을 잃는 것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기 때문이다.

손절매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는 손실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절했는데 오르거나 매도하고 산 다른 주식이 하락하기라도 하면 두 번 멍청이가 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손절매가 어렵고 증시가 하락할 때 사람들이 넋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

주가가 하락하면 스탑로스 가격을 낮추는 투자자들
롤리 하이머 아리조나대 교수 등은 2020년 발표한 '위험한 선택에서의 동적인 불일치'(Dynamic Inconsistency in Risky Choice)라는 논문에서 인터넷 증권사를 사용하는 약 19만명의 투자자가 스탑로스(stop loss) 주문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연구했다.

스탑로스는 사용자가 설정한 특정 가격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매도주문이 들어가도록 하는 기능으로 손실폭을 미리 설정한 범위로 제한할 수 있다. 주식을 2만원에 매수했다면 손절가격을 1만5000원에 설정하면 이론적으로 최대 손실폭은 25%로 제한된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자들은 손절가격을 계속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1만5000원까지 하락하면 손절가격을 1만원으로 낮추고 그래도 주식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손절가격을 7500원으로 낮췄다. 얼마나 그랬을까? 투자자 중 약 40%가 손절가격을 낮췄다.

보유주식이 하락할수록 투자자가 수동으로 스탑로스 주문이 나가는 가격을 낮춘 건데, 손절매 대신 떨어지는 주가를 쫓아가면서 손절가격을 정정한 셈이다. 해당 주식 보유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스스로 그만둘 수 없었던 결과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 역시 어정쩡한 매도 결정으로 연간 수익률을 평균 0.8%p 정도 까먹는 등 개인투자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매니저는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 또는 가장 수익률이 나빴던 종목을 팔아 치웠는데, 펀드가 매도한 후 이들 종목은 대개 시장수익률을 초과했다.

세계 포커 챔피언이 말하는 손절매 잘하는 방법
어떻게 하면 손절매를 잘할 수 있을까? 세계 포커 챔피언이자 의사결정 전문가인 애니 듀크가 지난 10월 출판한 '그만두기(Quit)'를 통해 그만두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손절매 역시 주식 보유를 '그만두는' 행위다.

듀크는 "그만두는 것에 저항하는 우리의 편견은 정말로 강하다"며 "팩트가 우리의 감정과 충돌할 때 우리는 팩트를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만둬야 할지를 결정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리 '끝내기 기준(kill criteria)'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투자가 충족시켜야 할 ①일련의 조건인 '끝내기 기준'을 설정하고 ②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즉시 투자를 끝내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여러분이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Hedge·위험 대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비트코인을 매수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끝내기 기준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 비트코인이 하락한다면 내 논지는 틀렸음이 입증된다. 그러므로 나는 인플레이션이 5%가 넘는 동안 비트코인이 25% 하락한다면 반드시 팔아야 한다"가 될 수 있다.

다른 투자자는 딴 이유 때문에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지만, 여러분은 '끝내기 기준'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 헤지 논리가 틀린 것으로 판명됐을 때 여러분은 비트코인을 팔아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여러분은 올해 비트코인 하락폭 60% 중 대부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손절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매수 시점에 손절매(끝내기)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 도달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손절매는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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