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사진=뉴스1
지난해 부임한 이영표 대표는 팀이 K리그2 강등 위기에 몰리자 직접 최용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극적으로 잔류를 이끌었다. 최 감독이 당시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던 강원 지휘봉을 잡은 데에는 이영표 대표의 존재가 컸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엔 구단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6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팀 지원뿐만 아니라 스폰서 유치 등 구단 전반에 걸쳐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계약 만료 이면에 자리한 진짜 이유는 결국 '정치'다. 축구계에서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도민구단의 구단주는 시장·도지사다. 이영표 대표는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시절 선임됐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김진태 도지사가 새로 당선됐다.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다. 집권당이 바뀌니 전임 도지사가 선임한 이 대표의 입지도 줄었다. 일을 잘하고도, 계약 만료를 이유로 사실상 내쫓기듯 떠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겸 강원FC 구단주 /사진=강원FC
현장에선 다만 김진태 도지사가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재계약 불가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를 통해 "지난 2년 간 이영표 대표이사가 일을 잘한 게 맞다"면서도 "강원도 입장에서도 이미 재계약 불가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서 공식화했으니 이를 뒤집거나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미 구체적인 새 대표 이름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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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 계속 강원 구단에 몰아칠 것이란 점이다. 앞으로 누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결국 새 구단주와의 정치적인 연관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영표 대표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찼다는 점에서 신임 대표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포터스도 "(이영표 대표이사 재계약이) 무산될 경우 강력한 행동으로 나설 것임을 미리 밝힌다"고 경고했다. 벌써부터 팬들과 수뇌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모양새다.
강원 부임 당시 "이영표 대표에게 진정성을 느꼈다"고 밝혔던 최용수 감독의 거취마저 불투명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 입장에선 그야말로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구단 최고 성적을 거둔 해, 정치적 외풍과 함께 벌써부터 강원에 드리운 먹구름이다.
최용수 강원FC 감독. /사진=강원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