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는 '맛집'도 썰렁…상인들 "난 살았는데 앓는 소리 어떻게 하겠나"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2.11.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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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점에 애도기간 휴점 안내문이 붙여있다. 2022.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점에 애도기간 휴점 안내문이 붙여있다. 2022.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족발집. 저녁 7시쯤 이 식당에는 직장인 6명으로 이뤄진 한 팀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녁 8시쯤 돼서야 두세 팀이 더 왔지만 이 매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 족발집은 일대 '맛집'으로 소문나 평일 저녁에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가게 종업원은 "사람들이 안 모인다. 어제(지난달 31일)부터 사람이 확 줄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오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됨에 따라 식당가의 저녁이 한산해졌다. 정부 지시에 따르는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 상당수가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회식 등을 자제하고 있어서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튿날 정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에 공직사회 구성원들에게 단체회식과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또 시급하지 않은 행사 및 국내 외 출장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공기업인 IBK기업은행에서 근무하는 30대 A씨는 "정부 지침에 따라 사내 회식은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음주 가미된 저녁도 자제하란 지침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에서도 적지않은 수가 회식 자제 분위기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B씨는 "부서 회식이 이번주에 있었지만 나중으로 미뤘다"고 밝혔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1) 역시 "조기 게양 등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고 사내 지침은 없었지만 자체적으로 모임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제약회사 건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기가 걸려있다./사진=독자 제공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제약회사 건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기가 걸려있다./사진=독자 제공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을 포함해 홍대, 강남 등 주요 지역 업소에 대해 전날까지 영업 자제를 추진했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는 전날까지 영업을 중단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추가 영업 중단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직장가 인근 식당을 중심으로 영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돼지고기집을 운영하는 C씨는 "어제와 그저께 합치면 평소보다 30~40%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이틀 전에 저녁 예약이 두 건 있었는데 다 취소됐다"고 밝혔다. D씨는 "타격이야 없지는 않지만 나는 살아있고 죽은 사람들 앞에서 앓는 소리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E씨(52)가 운영하는 고기집 역시 최근 영업에 다소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31일과 전날 이틀에 걸쳐 평소보다 매출은 20% 가량 줄었고 전날 저녁 매장이 가장 바빴을 때도 3분의 2 정도 채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평소 평일 저녁 퇴근한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먹기도 하는 가게다.

하지만 E씨는 "워낙 슬픈 일이고 애도 기간이 정해졌을 때 어느 정도 타격은 감수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코로나도 버텼는데 몇 주 정도야 대수롭지 않다"며 웃어보였다.

2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직장가의 한 식당. 이 식당을 운영하는 E씨(52)는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지난달 30일 이후 31일과 1일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사진=김도균 기자 2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직장가의 한 식당. 이 식당을 운영하는 E씨(52)는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지난달 30일 이후 31일과 1일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사진=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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