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선정 '모범 기업'인데…쉬후이 '헝다 판박이' 디폴트 예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11.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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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후이그룹/사진=바이두쉬후이그룹/사진=바이두


중국 내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 쉬후이가 5800억원대 해외 부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쉬후이는 남은 해외 부채도 갚지 못할 수 있다고 미리 선언했다.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유망했던 기업이지만 헝다 등과 함께 디폴트(채무불이행) 행렬에 가담하게 됐다.

2일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쉬후이는 전날 해외 부채 원리금 4억1400만달러(약 5870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쉬후이는 공시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부채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쉬후이가 갚아야 할 해외 은행 대출과 어음, 전환사채 등은 모두 68억5000만달러(약 9조7070억원)에 이른다.

쉬후이는 부채 미지급 이전 해외 채권자들과 만기 연장을 놓고 거의 한 달간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결국 부채 상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쉬후이를 살리기 위해 지난 5월 쉬후이를 포함한 다수 부동산 기업을 '모범 민간 부동산 기업'으로 선정했다. 신용 보증 기관들의 보증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9월21일 국유 신용보증업체 지원으로 12억위안 규모 채권을 발행했지만 바로 다음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쉬후이의 장기 외화 및 위안화 채권 신용 등급을 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고 10월 들어서는 무디스가 쉬후이그룹 전체 등급을 B1에서 B3로, 선순위 무담보 신용등급을 B2에서 Caa1로 강등했다.

경영은 악화 일로다. 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한 150억6000만위안에 그쳤다. 2020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41.7% 급감한 규모다. 9월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8월에 현저히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위험천만한 것들이 다수다. 중국 부동산 연구원에 따르면 쉬후이 분양프로젝트 93개의 41%에 해당하는 38개 프로젝트 협력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 전체 프로젝트 시장 가치는 959억6300만위안(약 18조7030억원)에 이르지만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자산 재평가를 거치면 최종 가치는 형편없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쉬후이는 인적 구조조정과 함께 투자, 제품 개발 등 부서들을 없앴다. 안후이와 장시 지역 본부를 상하이에 병합하기도 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쉬후이는 10년 연속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 7월에는 128위에 올랐는데 지난해보다 31계단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4327억5000만위안(약 84조3430억원)으로 이중 부채가 3253억4974만위안(약 63조4107억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쉬후이를 포함해 중국 부동산 업체들이 내년까지 갚아야 할 국내외 채무는 2917억달러(약 4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채무는 537억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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