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내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사들이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억대 보수를 수령한 증권맨들이 다수였다.
1년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증권사들에 두둑한 이익을 안겨주던 동학개미도 증시부진에 모습을 감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다. 중소형 증권사들 형편은 더 어렵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자산 구조조정에까지 들어갔다.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차환 발행에 실패하거나 자금을 못 구한 기업들이 늘면서 2008년처럼 사업 중단,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증권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은행은 그간 PF대출 취급량을 최소 수준에서 늘린 만큼 부담감이 크지 않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태다. 보험사는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크지 않아서 당장 자본 건전성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증권사들은 유동성이 확대되자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자산 대비 PF 대출 비중을 대폭 늘렸다. 불과 작년까지만해도 PF는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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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대출을 늘리면서 채무보증을 규모를 무리하게 키웠다는 점은 증권사에게 치명적이다. 시행사가 부도를 낼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위험도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브릿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이나 중·후순위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금리인상에 부동산 버블이 가라앉자 고금리에 원자재가 상승으로 공사가 잇달아 중단됐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중단됐다. 이 증권들은 채무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2008년에 뼈저린 경험을 하고서도 이번 사태를 일시적인 위기로 치부해선 안된다. 이번에는 말로만 강조하던 '리스크 관리'에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신사업이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다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 잘 나가기 보다 진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무리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