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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PF 대출과 증권사의 책임론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2.11.0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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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생각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현재의 자금 경색 국면을 이같이 표현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내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증권사들이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억대 보수를 수령한 증권맨들이 다수였다.

1년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증권사들에 두둑한 이익을 안겨주던 동학개미도 증시부진에 모습을 감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시장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다. 중소형 증권사들 형편은 더 어렵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자산 구조조정에까지 들어갔다.



심지어 1998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대형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터져 나온다. 일각에선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초기와 비슷해 내년 말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차환 발행에 실패하거나 자금을 못 구한 기업들이 늘면서 2008년처럼 사업 중단,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15개월가량 지나 2008년 리먼사태가 터졌다. 현재 시장은 2007년 하반기와 비슷한 위기 초입에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년 2개월 사이 2.7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7월 0.25%였던 기준금리가 3%까지 치솟았다. 미국 기준금리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 올해 3월 0.25%에서 0.5%로 올린 이후 7개월간 3%포인트를 인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금리를 4.25%포인트 인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다. 내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5%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국내 기준금리도 3% 후반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에서도 레고랜드발(發) 부동산 PF 불안으로 금융권 부실 우려가 커졌다.

지금의 위기는 증권사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은행은 그간 PF대출 취급량을 최소 수준에서 늘린 만큼 부담감이 크지 않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태다. 보험사는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크지 않아서 당장 자본 건전성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음에도 증권사들은 유동성이 확대되자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자산 대비 PF 대출 비중을 대폭 늘렸다. 불과 작년까지만해도 PF는 증권사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다.

PF 대출을 늘리면서 채무보증을 규모를 무리하게 키웠다는 점은 증권사에게 치명적이다. 시행사가 부도를 낼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위험도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브릿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이나 중·후순위 부동산 P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금리인상에 부동산 버블이 가라앉자 고금리에 원자재가 상승으로 공사가 잇달아 중단됐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유동화증권의 차환이 중단됐다. 이 증권들은 채무보증을 섰던 증권사들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2008년에 뼈저린 경험을 하고서도 이번 사태를 일시적인 위기로 치부해선 안된다. 이번에는 말로만 강조하던 '리스크 관리'에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신사업이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다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 잘 나가기 보다 진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무리없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다.
[우보세]PF 대출과 증권사의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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