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장환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2019.4.13/뉴스1
보험맨이 된 지 3년 만에 사업비 대규모 상각과 보유채권 매각을 결정한 김 부회장에게 업계의 질시가 컸다. 보험사가 안정적인 고객자금 운용을 위해 일정 부분 보유해야 할 채권을 대규모로 팔아 이익을 챙긴 건 윤리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메리츠자산운용 매각 결정은 김 부회장에 대한 조 회장의 신뢰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번 결정은 조 회장의 재가 아래 김 부회장이 마련한 그룹의 대외적 신뢰도 회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읽힌다. 규모나 실익적 측면에서는 사실 조족지혈에 가깝지만 '존 리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결자해지책이라 볼 수 있어서다. 존 리 전 메리츠운용 대표는 김 부회장이 2014년 말 영입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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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장세가 꺾인 올 초부터 존 리로 얻은 신뢰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주가하락이 이뤄지는 시기에 존 리 전 대표가 받은 의혹과 당국 조사는 메리츠그룹 전체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반성을 일으켰다. 메리츠운용이 곧이어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 문제까지 겪기 시작하자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한 당국의 개입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생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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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운용은 내부조사를 통해 "존 리 전 대표의 P2P 플랫폼 사모펀드 차명 문제는 사익 추구와 배임, 이해관계인 거래 위반 등 의혹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고객이탈 추세는 확연하다. 주인을 바꾸고 사명을 변경하는 등의 획기적인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는 시장에서 서서히 고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 내부 관계자는 "조정호 회장이나 김용범 부회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신뢰가 밑바탕이 되는 금융업의 본질을 명확히 꿰뚫고 있다"며 "최고 경영진은 메리츠그룹이 최근 10년간 급격히 규모를 키워왔지만 앞으로는 경기침체가 어느 수준으로 이뤄질 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밀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