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뽑고 혈당 측정"…피부 삽입형 센서 나왔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10.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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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매일 수차례 바늘로 찔러 채혈하는 '한계'
초소형 장치 피부에 삽입해 혈당 측정…면봉 5분의1 크기

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 / 사진=울산과학기술원(UNIST)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 / 사진=울산과학기술원(UNIST)


국내 연구진이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피부 안쪽에 초소형 장치를 삽입해 혈당 변화를 '전자기파'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혈당 측정을 위해 매일 수차례 바늘로 찔러 채혈하는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줄일 획기적 기술로 주목된다.



31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변영재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체내삽입형 전자기파 기반 혈당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뇨병은 공복 시 혈액 내 당분 수치가 정상(100mg/dL)보다 높은 126mg/dL 이상으로 유지되는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식사 등을 조절해 정상 수치를 유지해야 하므로 하루에도 수차례 손가락 끝을 찔러 채혈한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 4억명 이상이 매일 채혈에 따른 고통과 불편을 겪는 것이다.



그동안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효소 또는 형광 기반 혈당 측정 기술이 나왔다. 하지만 효소 기반 방식은 피는 뽑지 않아도 되지만, 효소 수명이 짧아 시간이 지나면 정확성이 낮아진다. 형광 기반 방식은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달라지면 빛에 반응하는 파장이 달라지는데, 이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발광량이 감소하는 한계가 있다.

체내삽입형 전자기파 기반 혈당 측정 방식. / 사진=울산과학기술원(UNIST)체내삽입형 전자기파 기반 혈당 측정 방식. / 사진=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에 UNIST 연구팀은 수명에 제한이 없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반영구적인 체내삽입형 혈당 측정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피부 속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는 세포의 조직액인 간질액(interstitial fluid)의 혈당 변화를 감지한다. 효소 기반 센서처럼 매주 교체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이 시스템의 센서는 초소형과 이식형(생체적합성)이 큰 특징이다. 센서는 길이 30㎜에 원형 둘레 4㎜ 크기로 설계됐다. 면봉 5분의 1 크기다.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폴리올레핀 계열의 포장재로 감싸고 있어 유해하지 않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동물 몸에 부착해 실제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지 검증했다.


그 결과, 정맥에 직접 포도당을 주사하거나(IVGTT) 구강으로 포도당을 주입해 소화시킨 경우(OGTT) 모두 혈당과 주파수가 같은 경향성을 보였다. 기존 연속 혈당 측정장치의 단점인 짧은 사용 기간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혈당을 반영하는 정확도도 높아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

변영재 교수는 "피부를 절개해 피하지방에 심는 '이식형'이 강점으로 주변의 온도와 습도, 움직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혈당 측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한 번만 이식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저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사용하는 장치나 스마트폰으로도 언제든 혈당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창업기업인 '에스비솔루션'과 협업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사용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에스비솔루션은 2017년 변영재 교수가 개발한 전자기파 혈당측정기 기술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으로, 관련 시스템은 상용화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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