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높이는 2금융권·대부업계…저신용자 '돈줄' 막힌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2.10.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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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상승한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출시장 '찬바람'에 서민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비롯한 주요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였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 심사를 타이트하게 하면서 최근 대출 취급량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5일 신규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가 27일 재개했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조달금리가 상승하자, 시장환경 변화를 고려해 대출 심사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 최후 보루인 대부업계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부업계 1·2위 사업자인 러시앤캐시와 리드코프가 최근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대폭 축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출 문을 완전히 걸어잠근 건 아니지만 최근 차입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신규 대출 영업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문턱 높이는 2금융권·대부업계…저신용자 '돈줄' 막힌다
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앞다퉈 대출 문을 좁히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연 5% 가까이 올려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서 2금융권은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금융권은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서 대출금리를 높이는 게 어려워졌다. 대출금리를 수신금리 인상폭 만큼 올리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대출금리는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만 올리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향후 돈을 갚지 못하는 차주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하게 됐다. 농협중앙회가 11월4일부터 부동산 관련 공동개발 신규 취급을 중단한 것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반영한 조치다. 공동대출은 2곳 이상의 상호금융조합이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토지 매입 자금 등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보다 앞서 신협도 연말까지 아파트 신규 집단대출을 중단했다. 새마을금고 역시 시장 상황에 맞춰 부동산개발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관련 대출 비중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서민 취약계층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곧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 영업을 펼친다는 의미여서다. 실제 우려는 현실화하는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규 개인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 저축은행 34곳 중 11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는 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유동성 압박이 심한 2금융권은 생존을 위해 대출 영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서민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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