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이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30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에서 끔찍했던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재직 중인 직장 정보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글쓴이의 직장이 작성된 글과 댓글에 표기된다.
그는 "평상시에도 무딘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 끔찍했다. 몇십미터 전방부터 구급차 소리에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응급구조사가 눕힌 사람에게 CPR를 하는데, 코피가 나고 입에서도 피가 나왔다"며 "내가 이 사람을 살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이 압사 사고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는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 떠나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CPR 하려고 앰뷸런스 뒤에서 물 마시는데, 지나가는 20대가 '아씨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하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정말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몸서리쳐진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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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아무리 CPR를 해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던 사람을 보며, 무능한 의사가 된 듯한 기분도 끔찍했다"면서도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다음 술자리를 찾았던 그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인 B씨 역시 "나도 거기 있다가 바로 (CPR)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며 "사진 찍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여태까지 꽤 많은 죽음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좀 충격이 크다. 가망 없는데도 친구 살려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여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자꾸 떠오른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했다.
3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헌화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