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포기하는 MZ들, 손 내미는 기업…"인재 뽑아야 한국 산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10.31 15:48
글자크기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어려울수록 사람을 뽑아야죠. 그래야 기업도 살고 나라가 삽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 심화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채용 확대에 나섰다. 인재를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부문의 인재를 키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경제활동 인구가 늘면 소비가 증가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구직자) 중 과반수가 비자발적인 외부 요인에 따라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4년제 대학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4학년이나 졸업예정자, 졸업자의 65.8%가 사실상 구직을 단념했다. 신입채용 기회가 감소(28.2%)하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26.0%) 신규 채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생이 취업시장을 떠나는 것이다.



20~30대의 이른바 'MZ세대'가 경제활동을 포기하면 고용시장의 한파가 지속되면서 국가 경제가 얼어붙는다. 국가 경제가 뒷걸음질치면서 경제 위기가 가중되고,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된 기업들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새 인재가 기업에 계속 들어와야 경쟁력이 강화되고 소비가 늘어 경제가 산다"라며 "젊은층에 고용 타격이 집중되다 보니 시장의 전반적인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동을 인재 채용으로 넘기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인재 확보를 통해 역량을 비축하고 신성장동력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5대그룹에서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 5년간 8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한 뒤 그룹 내 계열사 20곳이 올해부터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린 공채를 시작했다.



삼성의 공채에는 인재를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이 묻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창업 이래 가장 중요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 관계로 무산되었으나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첫 행선지로 SSAFY(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고려할 만큼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뒤 향후 5년간 약 5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만 3000여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잠정 보류하는 등 다소 속도를 조절하고 있으나 국내에만 179조원의 금액을 투자하면서 인재 채용을 대폭 늘릴 전망이다.

LG는 채용 사이트인 'LG커리어스'를 MZ세대 맞춤형 운영으로 개선하는 한편 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하반기 H&A(생활가전), HE(TV), VS(전장), BS(IT기기) 등 전 사업부문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채용을 진행 중이며, LG화학은 협력회사 채용 인력까지 채용 장려금을 무상 지급한다. LS그룹도 수시 채용을 포함해 연간 1000여명 수준의 채용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활동을 떠받치는 MZ세대 사이에서 구직 포기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적신호"라며 "기업들이 불경기에도 인력 채용을 늘리는 것에 발맞춰 젊은층이 고용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