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대주주 KT와 비씨카드는 상장 후 7조원대 가치를 예상했지만 이미 해당가치를 감안한 상장은 물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인터넷뱅크 플랫폼에 대한 허상이 동종업계 카카오뱅크의 주가폭락으로 현실화 했고, 미국발 금리인상이 계속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자금공급이 급격히 메마르고 있어서다.
상장이 어려워진 이유는 결국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다. 대주주인 비씨카드는 올 초 적어도 7조원대 가치를 요구했지만 실제 수요는 그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1조250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금을 2조1515억원으로 늘렸는데, 이 당시 기대한 2023년의 기업가치는 10조원에 달했다.
KT와 비씨카드, 주관사단은 IPO 가치를 주당 2만원 정도(약 7조원)에서 주당 9000원(약 3조4000억원)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지만 이조차도 과대평가란 지적이다. 케이뱅크를 인터넷 플랫폼으로 보지 않고 기존 은행으로 취급하면서 업계 2위 수준으로 본다면 PBR 0.5배 이하를 적용해 총 기업가치는 1조원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이 경우 주당 가치가 3000원에도 미치지 못해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환매요구(buy back, put option)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총액 1조2500억원 가운데 7250억원을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 외부투자자가 댔는데 이들의 주당 납입가격은 6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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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 돈을 받으면서 일정 기한 내에 적격 상장(Q-IPO)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금에 이자를 포함한 가격에 지분을 되사주기로 약속했다. 자본금 3조원짜리 비씨카드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약 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투자자들에게 보장한 이른바 풋백옵션 저주가 케이뱅크 사례에서 재현될 위기"라며 "금융권에서 교보생명보험 역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IMM PE 등과 비슷한 분쟁을 벌이고 있어 자칫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