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회" "추가 투자 검토"···IRA 자신감 확인한 배터리·태양광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10.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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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기회" "추가 투자 검토"···IRA 자신감 확인한 배터리·태양광


올해 8월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당초 수혜가 예상됐던 국내 배터리·태양광 기업들이 속속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향후 실적 강세를 예고했다. 반도체·화학 업종이 경기침체 우려로 고전 중인 것과 달리 이들 기업은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역사적 모멘텀'을 맞이했단 평가도 나온다.

IRA 이해득실 따지던 배터리 업계, 일제히 자신감 확인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업계는 호실적을 확인한 것은 물론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우상향할 수 있단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IRA 통과 직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3분기 실적 관련 공식적인 컨퍼런스콜(전화회의) 발표에서는 "사업 기회"라고 외치기도 했다.



단연 업계 이목이 쏠린 것은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370,000원 ▼8,500 -2.25%)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7조6482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고 올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직전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13.6% 올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만 17조원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4분기 8조원 안팎의 매출을 자신한 셈이다. 사상 최대 매출액 경신이 한 번 더 가능한 대목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법안은 확정됐고 11월8일 중간 선거 이후 시행령 등이 발표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에는 굉장히 좋은 사업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 여러 규제를 보면서 새삼 실감하는 것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승리한다는 진리"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생산역량에 대해 인정받고 있고 이에 따라 단독 투자와 대규모 합작법인 프로젝트 등을 병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8월 미국 IRA 통과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대외적으로 그 영향에 대해 시장과 소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성 중심 질적 성장을 내세워 지난해부터 이미 호실적을 이어온 삼성SDI (407,000원 ▼14,500 -3.44%)도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매출액 5조3680억원·영업이익 5659억원)을 거둔 것은 물론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삼성SDI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IRA는 친환경 정책이 가속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현지 사업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온 덕분에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IRA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분기 소형·전기차·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지 합산 영업이익률은 10%를 기록한 데 대해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고부가 제품 위주 영업에 대한 언급이 결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라인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가 확대되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우호적인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배터리 기업 못지않은 호실적을 자랑했다. 양·음극재 제조 기업 포스코케미칼이 분기 최대 실적(매출액 1조533억원·영업이익 818억원)을 낸 것은 물론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영업이익률 9.0%(매출액 1조5632억원·영업이익 1409억원)를 기록했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IRA 시행을 앞두고 수요가 잇따른다"며 "현재로선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도 美 증설 속속 발표···"역사적 모멘텀"
IRA 시행을 앞두고 자신감을 확인한 것은 국내 태양광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화솔루션 (24,550원 ▼550 -2.19%)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3484억원)을 올렸다. 특히 태양광 사업이 속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 3분기엔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은 물론 전사 실적마저 견인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영업이익만 1972억원이었다. 화학 시황이 부진할 때 태양광이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회사 측은 미국 IRA 시행에 대해 "더 구체적인 정책들이나 방향성이 나와야만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판단될 것 같다"면서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 지원 부분들이 나오며 긍정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솔루션은 무엇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1.4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었는데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미국 내) 추가 증설 계획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황에 따라 추가 증설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패널 원재료가 되는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 (93,300원 ▲200 +0.21%)도 올 하반기 내내 견고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다. 특히 최근 OCI가 텍사스주 태양광 모듈 제조 자회사의 공장 생산능력을 기존 210MW(메가와트)에서 1GW로 증설할 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 증설이 완료되는 2023년부터 IRA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RA로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10년 이상 보조금 지원을 확정했다"며 "단지 개발을 지원하는 세액공제뿐 아니라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에도 생산량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역사적인 모멘텀이라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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