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전문의로 서울대병원에서 4년간 의사로 일하다가, 인공지능을 통해 암같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더 나아가 항암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벤처에 합류했다.
서 대표는 "안정성을 추구하다보면 바뀔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에 제가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루닛은 인공지능을 통해 암을 비롯한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주요 고객이 의사가 되는 셈이다. 서 대표는 "결국 의사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 비즈니스모델"이라며 "이 부분은 의사출신 직원들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의료데이터를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이노베이터' 기업에 선정돼 공식 초청을 받았다. 서 대표는 "혁신을 추구하는 이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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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의 사례를 길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같은 사례가 그만큼 흔치 않아서다. 입시시즌 마다 의과대학은 대학학과 배치표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의대를 채우고, 나머지 학과가 채워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대 경쟁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의대만 나오면 일정수준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네 병원만 개업해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의사들 중에서 신약개발과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의사라는 독점적인 라이선스(자격증)를 보유하면 독점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 출신으로 신약개발을 하는 이들을 '의사과학자'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의사 10만명 중 의사과학자는 700명 정도에 불과하단 통계도 있다. 미국은 전체 의사의 3% 이상인 2만명이 의사과학자로 분류된다고 한다.
루닛처럼 의사들이 신약개발이나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생긴 것은 의미가 있는 일로 평가된다. 루닛의 사업이 성공하게되면 더 많은 의사들이 신약개발 분야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서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해 암을 정복하고 세계적인 의료 AI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덩달아 가슴 뛴다. 안정보단 새로운 기회를 택한 이들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광화문]꿈을 꾸는 의사를 위한 응원](https://thumb.mt.co.kr/06/2022/10/2022103014113546234_1.jpg/dims/optim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