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항구 팔았다간 훗날 찍소리도 못해"…유럽 경고 목소리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10.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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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 중국원양해운 '코스코'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독일 정부가 함부르크의 톨러오르트 터미널에 대한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의 지분 참여 계획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10.27.[함부르크=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 중국원양해운 '코스코'의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독일 정부가 함부르크의 톨러오르트 터미널에 대한 중국 국영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의 지분 참여 계획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10.27.


중국 해운 기업이 유럽 주요 항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직접 소유하는 데 대해 유럽 국가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벨기에 주재 중국 외교관들이 하자 라빕 벨기에 외무장관이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묘사한 데 대해 벨기에 정부에 항의했다.



'잠재적인 적' 표현은 라빕 장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기자로부터 '모든 선박은 군함'이라는 제목의 학술 보고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나온 대답이었다. 벨기에 학자 조나단 홀스랙은 보고서에서 '중국 민간 해양 부문의 정치화와 군사와 증가'를 경고했다. 중국 국영 해운회사 코스코(COSCO)가 벨기에 북부 연안 항구 2곳 지분 일부를 보유한 데 라빕 장관이 경계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의 시선은 파트너이자 라이벌이자 잠재적인 적,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민간 선박은 언제든 군함으로 돌변할 수 있도록 개조되고 있는데 이를 심각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주벨기에 중국 대사관 우강 공사참사관은 벨기에 아시아 담당 관리와 만나 "중국에 해를 끼치기 위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무책임한 학자들의 말을 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해상 무역과 경제 활동은 벨기에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이 활동이 이어지려면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일로 유럽 내 주요 해양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논쟁거리가 됐다. 당장 비슷한 시기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가 국가 안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독일이 함부르크 최대 컨테이너 항구 터미널 지분 24.9%를 코스코에 넘기겠다고 승인한 게 도마에 올랐다.

거래를 옹호하는 쪽은 지분이 25% 미만일 때 의결권이 없다는 독일 회사법을 든다. 그러나 반대편은 이런 거래가 반복되면 중국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근한 예로 코스코가 2009년 그리스 피레아우스 항구 지분을 사들인 후 그리스는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 조치에 반대했다. 2016년 국제상설중개재판소(PCA)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해 주장을 기각했지만 중국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점, 2017년 유엔에서 중국의 인권에 대한 유럽연합의 비판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해 말 유럽연합의 내부 투자 심사 절차에 반대했다.

코스코는 이미 벨기에와 독일은 물론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 항만,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스페인 빌바오와 발렌시아 컨테이너 터미널의 일부 또는 지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드 뒤 보이스 벨기에 왕립 육군 사관학교 교수는 "우리는 장기적인 위험과 단기적인 상업적 이익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코스코는 단순한 상업 회사가 아니라 국영기업이며 순수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이미 리투아니아와 벨기에에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지정학적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노출했다"며 "이건 매우 중대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 교수는 "그들이 중국의 투자에 우려할 수도 있지만 너무 과장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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