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카카오는 2020년 10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3억달러(발행 당시 기준 3396억원) 규모의 EB 중 2억6830만달러 어치를 조기상환했다고 28일 공시했다. EB 조기상환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있던 318만4692주가 카카오로 환입됐다. 조기상환되지 않은 3170만달러 어치 중 900만달러는 채권자의 요청으로 10만6736주와 교환됐다. 남은 EB는 227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다.
투자자들이 조기상환권을 청구한 이유는 급락한 주가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EB 발행 당시 투자자들은 이자율을 0%로 설정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로지 카카오의 주가 상승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8750원으로 2년 전 EB 발행 당시 전환가액(9만5359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카카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반년여 남은 만기일까지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카카오가 영업 중단에 대비한 기업휴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자본으로 배상 및 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SK C&C에 구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SK C&C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상금을 받더라도 장기간의 법정 다툼을 끝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카카오의 단기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조기상환과 배상 및 보상금 지급에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고려하면 현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입된 자사주는 추후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어 "카카오M 합병 당시 취득한 자사주 중 처분이 필요한 물량은 이미 처분 또는 소각이 완료돼서, 당장 내년 8월까지는 자사주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