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보상금도 있는데"…카카오, 2.7억불 교환사채 조기상환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2.10.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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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풋옵션 행사 당일 채권자 대부분 조기상환권 청구
주가 반토막에 손실 예상해…일시에 현금 상환
900만불어치는 자사주 교환…잔여 EB 2270만불 규모
"안정적 현금흐름 유지할 수 있어…우려할 만한 상황 아니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카카오 (36,650원 ▼100 -0.27%)가 약 2년 전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대부분을 조기상환했다. 반토막난 주가로 손실을 예상한 채권자들이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화재발 장애로 대규모 피해보상도 앞둔 가운데, EB 조기 상황까지 더해져 카카오의 현금 유출이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2020년 10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 3억달러(발행 당시 기준 3396억원) 규모의 EB 중 2억6830만달러 어치를 조기상환했다고 28일 공시했다. EB 조기상환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돼 있던 318만4692주가 카카오로 환입됐다. 조기상환되지 않은 3170만달러 어치 중 900만달러는 채권자의 요청으로 10만6736주와 교환됐다. 남은 EB는 2270만달러(약 300억원) 규모다.



카카오는 2020년 10월28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3억달러어치의 EB를 발행한 바 있다. 만기는 2023년 4월28일까지다. EB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사채를 뜻한다. 투자자는 교환 대상 주식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발행회사는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주가가 부진하면 교환 권리를 포기하고 채권 원리금과 이자만 회수하면 된다.

투자자들이 조기상환권을 청구한 이유는 급락한 주가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EB 발행 당시 투자자들은 이자율을 0%로 설정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오로지 카카오의 주가 상승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8750원으로 2년 전 EB 발행 당시 전환가액(9만5359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카카오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반년여 남은 만기일까지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는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금도 지급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5일 넘게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지속되면서 대규모 손해배상과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차 유료 서비스 배상 금액은 400억원대로 추산 중이라 밝혔다. 추가로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도 해야 한다. 지난 24일 기준 카카오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4만5000건이 넘는다.

카카오가 영업 중단에 대비한 기업휴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자본으로 배상 및 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SK C&C에 구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SK C&C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상금을 받더라도 장기간의 법정 다툼을 끝내야 할 가능성이 높아 카카오의 단기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조기상환과 배상 및 보상금 지급에도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고려하면 현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입된 자사주는 추후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어 "카카오M 합병 당시 취득한 자사주 중 처분이 필요한 물량은 이미 처분 또는 소각이 완료돼서, 당장 내년 8월까지는 자사주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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